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노사상생포럼 토론회 발제문에서 “노사정 주체는 13년째 미뤄 온 과제인 ‘무조건 유예는 없다’를 조기에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노사가 공익위원안을 기초로 합의안을 끌어낼 수 없다면 현행법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이 복수노조 허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방안 마련 등 후속입법안을 12월 말까지 만들지 못할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관련 법조항은 내년초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조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관련된 유엔 글로벌컴팩트에 가입하고 노동권 보호에 기반하는 공정무역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복수노조 허용을 더 유예하려는 것은 이에 역행하는 것이고 무역장벽의 빌미가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노력이 국내 노동정치로 퇴색되는 비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발제자인 서울지하철노조 정연수 위원장은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방식은 원칙적으로는 자율교섭제가 바람직하지만, 초기 시행의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탄력적 비례교섭대표제의 도입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탄력적 비례교섭대표제는 조직대상 근로자수 대비 각 노조의 조합원 수에 비례해서 교섭대표자 수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반면 조 교수는 교섭창구 단일화방안으로 미국 캐나다와 비슷한 방식의 과반수대표제를 실시할 경우 교섭비용이 약간 증가할 뿐이지만, 비례대표제나 개별교섭제의 경우 교섭비용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반수대표제는 교섭창구가 자율적으로 단일화되지 않을 경우 투표를 통해 조직대상의 과반수 지지를 얻는 노조에게만 교섭권을 주는 것이다. 그는 또한 영국의 사례를 들어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복수의 교섭창구는 쟁의확률을 증가시키는 반면 교섭창구가 단일화됐을 때 쟁의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회를 맡은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자가 노조를 선택하는 시대로 바꿔가자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노동조합 기존 계파간 다툼을 노동자를 위한 서비스 경쟁으로 대체하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항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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