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생활] 귀화인과 한국계 외국인의 CEO(최고경영자) 경영론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55)은 47년간 반복해온 훈시 위주의 월례조회를 리셉션 형식으로 바꿨고 한홍택(67)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정부 출연연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직원들의 정년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귀화인 이 사장의 형식파과와 한국계 외국인 한 원장의 과감한 주장이 다른 공공기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지 관심이다.
취임 한달을 맞은 이 사장은 1일 취임이후 처음 열린 월례조회에서 형식을 파괴했다. 그는 공사 설립 후 47년간 반복해 온 훈시 위주의 틀을 깨고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는 리셉션 형식으로 조회를 진행했다. 조회시간도 종전 1시간에서 35분가량으로 줄였다. 예상치 못한 조회형식에 직원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사장은 이 자리에서 음양오행에 빚대어 ‘(이)참표 5림 관광’을 역설했다. 바로 떨림, 끌림, 어울림, 울림, 몸부림 등 5가지다.
귀화인으로 첫 공기업 사장에 임명된 이 사장은 “한국관광이 잘되려면 5가지 ‘림’을 실천해야 한다”며 “한국이 세계인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 첫날 업무파악을 위해 최소 6개월 금주를 선언한 이 사장은 매일 아침 일본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다. 또 매주 진행되는 업무보고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처장, 팀장, 과장, 대리가 번갈아 진행하는 본부토론회로 바꿨다.
그는 “수십 년간 지속해온 관행을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소사장제도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관망하던 직원들도 이 사장의 적극적 행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사내 학습동아리와 강좌에 직원들이 몰리고, 인천공항 면세사업단 직원들은 ‘근무 장려금’ 수령을 유보하는 등 고통분담에 나섰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안다는 이 사장의 경영방침이 경직된 공기업 조직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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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인재들이 연구소가 아닌 대학을 선호하는 것은 정년 문제가 가장 큰 이유이고 이는 연구원들의 사기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지난달 27일 정부 출연연구기관 최초의 외국 국적 원장으로 취임한 한 원장은 1일 KIST를 세계수준연구소(WCI)로 도약시키기 위해 연구원들의 정년을 현행 61세에서 대학 교수 수준인 65세로 늘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맏형격인 KIST의 정년 연장 움직임은 다른 정부 출연기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출연연구소의 정년은 1998년 이전 책임급 연구원의 경우 65세, 그 외의 직급은 55∼60세였다. 하지만 IMF 경제위기로 인한 출연연구소 경영혁신 조치 이후 책임급은 61세로, 그 외의 직급은 58세로 각각 단축됐다. 한 원장은 “많은 투자를 한 고급 인력이 짧게 일하고 활용되지 못하면 국가적 손실”이라면서 “정년 문제에 제도적 변화 없으면 세계적 연구소 도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년연장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을 예우해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수한 성과를 내는 연구원들이 연구 현장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한 원장은 연구원들의 정년 연장을 위해 원장 재임 기간 내에 KIST에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연구위원 제도를 대학의 테뉴어(정교수급 이상 65세 정년보장)와 동일하게 변경하는 방안을 비롯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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