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일본’ 바꾼다
하토야마식 정치 개혁의 요체는 활력을 잃은 ‘늙은 일본’을 ‘새로운 일본’ ‘젊은 일본’으로 개조하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세습정치 타파는 우선 과제다.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부모나 친척 지역구를 승계하거나 중의원직을 이어받은 세습 후보 170명 중 87명이 당선됐다. 전체 의원(480명)의 18.1%에 달한다. 자신 또한 세습 정치인인 하토야마가 세습정치를 타파하겠다는 게 모순이나 지금의 세습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직 의원의 3촌 이내 친·인척들은 동일 선거구를 물려받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습정치 근절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은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동료 세습의원들의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 열쇠다.
480명인 중의원 정원도 80명 줄일 계획이다. 지역구 의원(300명)에 비해 비례대표 의원(180명)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할일 없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는 국민들의 비난 여론도 한몫했다.
정경 밀월 관계도 수술대 위에 올랐다. 재계는 정치권, 주로 여권에 정치자금을 제공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깊숙히 간여해왔다. 재계는 2007년 자민당에 29억1000만엔을 후원한 반면 야당이었던 민주당에는 불과 8000만엔의 푼돈을 지원했다. 민주당은 3년후부터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할 방침이다. 정경유착을 강제로 단절시켜 자민당의 또다른 상징인 금권 정치를 혁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파벌정치도 대수술 대상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1일 모든 각료 인선의 책임과 권한을 자신이 갖겠다고 했다. 파벌 지분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가스미가세키 대청소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도쿄의 가스미가세키는 지금 폭풍전야다. 하토야마 대표가 개혁 대상 1호로 지목한 곳이 바로 가스미가세키다. 민주당 정책통 나가쓰마 아키라 의원은 지난 31일 “가스미가세키를 대청소해 묵은 고름을 모두 짜내겠다”며 관료 중심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국가전략국과 행정쇄신위원회를 둘 계획이다. 국가전략국은 예산과 외교, 인사권을 총괄하는 권력핵심기관이다. 행정쇄신위원회는 과거 정부와 관료 사회의 문제점을 청산하고, 예산 낭비, 낙하산 인사 차단 등을 담당하게 된다. 부처의 실질적 수장이었던 사무차관은 각료 회의에서 개인 의견조차 개진할 수 없도록 하고, 각료회의 안건을 사전 조율하던 사무차관회의는 아예 폐지키로 했다.
또 기초지방자치단체에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해 지역 주권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런 하토야마식 정치개혁은 관료사회의 반발을 불러올 게 뻔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패가 날 전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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