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오는 16일 출범하는 일본 민주당 정권은 ‘내각-하토야마 유키오, 당-오자와 이치로’ 투톱체제로 운영된다. 한마디로 이중권력이다. 이를 두고 당내 최대 파벌 수장인 오자와 대표 대행이 상왕 역할을 하고, 하토야마 대표는 허수아비 총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토야마의 현실적 한계
하토야마 대표는 중의원 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내각 인사와 당 인사를 이달 중순 특별국회에서 총리에 지명된 뒤 한꺼번에 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오자와 대표 대행을 3일 간사장에 기용한 것이다. 하토야먀 대표가 요청하고, 오자와 대표 대행이 수락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토야마 대표가 ‘오자와 당 체제’를 용인한 것은 일본 정치 상징인 파벌 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당 최대 주주인 오자와 대표 대행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오자와 대표 대행의 처우를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일고 있는 비판적 여론을 조기에 잠재우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또 집권 초기에 개혁 드라이브를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당내 권력 문제가 불거질 경우 브레이크가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여기에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가 이뤄지는 내년 7월 참의원 선거의 중요성을 고려해 선거의 귀재로 불리는 오자와 대표 대행을 기용한 측면도 있다.
하토야마 대표는 내각 요직인 관방장관에 히라노 히로후미 당 대표실장을 내정했다. 히라노 관방장관 내정자는 1996년 무소속으로 중의원 의원으로 당선된 뒤 1998년 민주당에 입당했고, 하토야마 대표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주목되는 오자와의 향후 행보
하토야마 대표는 중의원 선거 뒤 “오자와 대표 대행이 정책은 모두 내각 결정에 맡기고 자신은 절대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거의 없다. 정권의 기반이 당이고, 당을 실무적으로 움직이는 자리가 간사장이라는 점에서 오자와 대표 대행이 내각 인사와 정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자와는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해 150명의 파벌 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에 비해 하토야마 계는 45명, 간 나오토 대표 대행 계는 30명에 불과하다. 오자와가 사실상 당 주인이다. 오자와 대표 대행이 직접 나서지 않더라도 ‘오자와 칠드런’이 다방면에서 하토야마 대표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다.
관심은 오자와 대표 대행의 향후 행보다. 그가 ‘2인자’ ‘막후 정치의 실력자’ ‘킹메이커’라는 꼬리표를 떼고 1인자인 총리자리에 도전할 시점이 언제냐가 일본 정계의 최대 관심사다. 일단 내년 참의원선거가 끝날 때까지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당무에 전념하며 하토야마 내각에 협조하는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차기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대승을 거둘 경우 오자와 대표 대행이 간사장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년 참의원 선거가 ‘오자와의 꿈’을 현실화시키는 가늠자가 되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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