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희망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용 가이드 레일 개발한 미주레일

[강소기업이 희망이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용 가이드 레일 개발한 미주레일

기사승인 2009-09-06 18:56:00

[쿠키 경제] 1853년은 ‘빌딩의 역사’가 바뀐 해다. 미국 발명가 엘리샤 그레이브스 오티스는 안전장치가 달린 엘리베이터를 뉴욕 국제박람회에 출품했다. 이 발명품을 토대로 1961년 엘리베이터 제조업체 오티스(OTIS)가 설립됐고, 이후 5∼6층이 고작이던 빌딩은 오늘날 버즈두바이(160층, 818m) 같은 마천루로 발전했다.

미주레일은 엘리베이터를 위·아래로 이동시켜 주는 가이드 레일 분야에서 국내 시장을 70% 이상 점유하며 ‘빌딩의 진화’에 일조해 왔다. 1947년 동방제강소로 출발해 각종 레일을 생산하다 1977년부터 엘리베이터 가이드 레일로 눈을 돌려 독보적 기술력을 갖췄다. 인천공항,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천 송도 포스코 더 샵 등 랜드마크 빌딩을 비롯해 웬만한 고층 건물에는 이 회사의 가이드 레일이 설치돼 있다.

엘리베이터 1대에는 상하 이동에 사용되는 카고 가이드 레일 2줄과 사람이 타도 평행이 유지되도록 균형을 잡아 주는 웨이트 가이드 레일 2줄 등 평행한 레일 4줄이 필요하다. 각 줄은 5m 레일을 이어 붙여 만든다. 2006년 11월 회사를 인수한 김형일(51) 미주레일 회장은 가이드 레일의 생명력은 ‘1.5㎜’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진도(평탄면 위에서 휘어진 정도)입니다. 레일 한 단위(5m)의 직진도가 1.5㎜ 이내로 곧아야 엘리베이터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가이드 레일은 이음새가 조금만 이상해도 엘리베이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특히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이동 속도가 1분당 340m 이상이어서 직진도는 승객 생명과 직결된다. 미주레일은 2006년 초고속 엘리베이터용 가이드 레일을 자체 개발해 기술면에서 세계 정상 수준에 올랐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여 가는 중이다.

김 회장은 취임 뒤 부족했던 마케팅 역량을 보강해 수출 비중을 늘리기 시작했다. 세계적 엘리베이터 제작업체인 일본 미쓰비시와 후지텍, 독일 티센크루프 등에 가이드 레일을 공급하고 있다. 또 국내에 진출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등을 통해 해외로 공급하는 물량까지 더하면 세계 30여개국에서 미주레일의 가이드 레일이 사용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98억원 중 약 3분의 1은 수출이었다. 이 같은 경쟁력 뒤에는 자동화 공정을 극대화한 노하우가 숨어 있다. 또 가이드 레일로 다듬기 전 단계인 반제품을 직접 압연해 만드는 점도 정밀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안정된 조직도 미주레일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미주레일은 탄탄한 기술력을 갖췄지만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직원들은 경영진을 불신해 왔다. 김 회장 취임 직전에도 노사분규가 발생해 조직이 불안한 상태였다. 김 회장은 노조 간부는 물론이고 현장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며 신뢰를 심는 데 주력했다. 믿음이 쌓이면서 구조조정을 무난하게 끝낼 수 있었다. 지난 2년간 임·단협은 무교섭으로 타결돼 노동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직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이 회사의 부침을 많이 봐서 그런지 현장 조장, 반장들과 회식하다 보면 자신들이 정년 퇴임한 뒤에도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앞으로 미주레일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 직원들의 바람이 꼭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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