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5일 서울지하철 강변역 횡단보도 앞에는 ‘탐도 조기종영 반대’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의 팬들이 조기종영을 반대하며 피켓 시위를 벌이는 중이었다.
MBC는 오는 27일 16부를 마지막으로 ‘탐나는도다’를 종영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당초 20부작으로 계획됐고 이미 17부까지 촬영을 마친 상태였으나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자 조기종영을 결정한 것이다.
‘탐나는도다’는 조선 인조 때를 배경으로 제주도에 표류한 영국 귀족청년과 조선 선비, 순수한 해녀가 등장하는 퓨전 사극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기발한 소재와 외국인 배우의 주연 기용, 제주도 방언 대사 등 새로운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또한 70%의 사전제작률, 주인공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CG 등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여 ‘명품드라마’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마니아 시청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동시간대 KBS에서 방영 중인 ‘솔약국집 사람들’에 밀려 5%대의 저조한 시청률에 머무르면서 조기종영의 장벽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MBC 측은 당초 편성할 때 상황에 따라 회수를 정하는 ‘유동적 편성’을 약속했기 때문에 조기종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팬들은 분량이 축소되면서 드라마의 작품성 자체가 훼손될 것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침해하고 드라마의 수준까지 떨어뜨린다며, 이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인터넷 청원, 거리 시위까지 벌이고 있는 것.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조기종영 반대 청원에 6일 오후까지 5520명이 참여했다. 지난 3일에는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조기종영을 반대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드라마 공식홈페이지에도 조기종영을 반대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아이디 ‘윤선화’는 “시청자도 좋은 드라마를 볼 권리가 있다.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만나서 반가웠는데 시청률이 전부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달라”고 항의했다. 아이디 ‘손혜진’도 “막장드라마에 지쳐 있는 시청자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해주는 드라마다. 시청률 때문에 좋은 드라마를 자르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잦은 조기종영은 시청자의 볼 권리를 제약한다. 방송사는 수익만 좇을 것이 아니라 시청자 입장도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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