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6일 새벽 발생한 임진강 수위 상승으로 인한 피해는 군민 간 연락체계 부재와 먹통 무인 자동경보시스템 등으로 더 커졌다.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육군 모사단 경계병이 처음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한 것은 오전 3시쯤. 이 부대는 10분 뒤 필승교 수위가 1.2m라는 보고를 받고 스크린(물막이)을 개방했다. 필승교 스크린은 1m가 넘으면 개방한다. 이때부터 수위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군단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에 보고됐다.
또 지휘계통으로만 보고됐을 뿐 다른 인근 부대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파하지 않아 임진강 인근에서 훈련하던 다른 부대도 물에 잠길 뻔했다. 이 부대는 이날 장병 50여명이 임진강변에서 숙영하고 있었으며 초병이 오전 5시15분쯤 물이 차오르는 것을 목격한 뒤에야 대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차 1대는 미처 옮기지 못했다.
군은 "필승교에 설치된 디지털 측정기로 데이터가 수자원관리본부에 입력되고 연천군청과 한강홍수조절통제소 등에도 자동적으로 전송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명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확인 작업을 게을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국토해양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홍수 피해방지를 위해 설치한 무인 자동경보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큰 문제다. 수공은 삼곳·임진·단풍·북삼리 등 임진강 주변 4개 리에 경보국을 설치, 필승교 수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안내방송을 하는 무인 자동경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필승교 수위가 3m를 넘어선 지 4시간이 지난 오전 6시50분쯤 수동 조작을 통해 작동됐다. 수공 관계자는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전달되는 수위 데이터 전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무인 자동경보시스템은 필승교 수위가 3m를 초과하면 경계경보, 5m를 넘으면 대피경보, 7m까지 오르면 중대피경보가 문자발송 서비스 등으로 자동으로 이뤄지게 돼 있다. 이 데이터는 곧바로 연천군과 수공, 어민들에게 문자발송 서비스와 경보방송으로 전달된다. 경보방송이 나온 시각은 이미 강물이 불어나 야영객 5명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지 1시간이 훌쩍 지난 뒤였다.
연천군도 임진강 주변에 안내방송시스템을 설치, 운영하고 있지만 안내방송은 오전 6시10분에야 이뤄졌다. 연천군청에는 당직자가 필승교 수위 변화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CCTV 모니터까지 설치돼 있으나 사고 상황이 접수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모니터를 관찰하는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이다. 결국 군과 관의 재난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얘기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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