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규제가 시행된 7일 오후 서울 목동 아파트 단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잔뜩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한산한 모습이다. 서늘한 날씨로 문을 열어놓은 1·2·3 단지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 내부에는 손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고, 문의 전화 역시 드문 모습이었다.
서울 목동 1단지 A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매도가와 매수가가 차이나 그렇지 않아도 거래가 뜸한 상황에서 DTI 규제가 발표된 후 매수자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매도자들도 매도 타이밍을 놓쳐 움찔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목동 인근의 Y공인 관계자는 “정부의 DTI 규제 발표가 집값 하락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는 매수자들이 ‘좀더 두고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시행 초기여서 매도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단계로 한두 달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서서히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목동 2단지 M공인 관계자는 “규제안이 나왔다고 해서 바로 매도자들이 가격을 낮추지는 않는다”며 “한달 정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거래에 따라 가격이 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가격이 많이 오른 서울 고덕동 인근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서울 고덕동 T공인 대표는 “지난주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나타난 후부터 평일 하루 평균 10통이 오던 문의 전화가 지금은 2∼3통으로 줄어들었다”며 “가격에 바로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번주 거래가 실제 뜸해질 경우 중대형대는 3000만∼4000만원, 중소형대는 1000만∼2000만원 정도 각각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일선 은행 지점에서도 DTI 규제 확대에 따른 영향을 묻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특히 아파트가 밀집된 서울 양천구와 경기도 분당 지역의 은행 지점에 전화가 많이 걸려왔다. DTI 규제 발표 이전에 대출 상담을 했던 일부 고객은 이번 조치로 대출 가능액이 줄어들자 은행 직원들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은행 양천구의 한 지점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 전화도 많았다”며 “DTI 규제로 4000만∼5000만원 정도 대출 액수가 줄어들어 이사 계획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콜센터 관계자도 “소득 증빙에 문제가 있는 고객들의 대출 문의가 평소보다 늘었다”며 “DTI 제한을 받지 않는 집단대출 관련 고객들도 불안한 마음에 전화로 문의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 단지에 대한 문의가 움츠러든 것과는 달리 이달 분양을 시작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지난 주말 인파가 몰리며 대조를 이뤘다. 수원시 권선동에 마련된 현대산업개발의 ‘수원아이파크시티’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지구에 마련된 ‘쌍용예가’에는 지난 4일 모델하우스 오픈 이후 각각 5만명과 3만5000명 정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대출 한도를 피해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감지되면 이를 차단하고, 중기대출 등을 부동산 구입에 사용하는 등 편법대출 영업을 엄단할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황일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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