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43분 독대는 정권 출범 이후 삐걱거렸던 양자간의 관계 정상화라는 의미가 크다. 두 사람은 2007년 12월 29일 첫 독대를 시작으로 2008년 1월과 5월, 지난 1월 삼청동 비공개 회동 등 모두 4차례 독대했다. 그러나 독대 후에는 관계가 악화되곤 했다. 박 전대표가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말한적도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7월 미디어법 처리에 협조했고, 최근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자제해왔다. 박 전 대표는 16일 유럽특사 활동을 보고한 뒤,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국가 주요 현안들을 논의했다. 청와대도 “박 전 대표는 이미 국정의 동반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한발 더 나아가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관계가 설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경쟁 관계’에서 ‘대통령과 차기대권주자’로 자리매김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정운영에 전념하고, 박 전 대표는 차기 주자로서 국가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주요 현안들을 유력한 정치인인 박 전 대표와 상의하고 협조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앞으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특사로 나서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박 전 대표도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일은 돕겠다’는 원칙을 지켰고, 국내외 현안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독대에서 세종시, 4대강, 남북문제 등 국내외 주요 현안들을 폭넓게 논의했다.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의 박 전 대표 지원 등과 같은 ‘정치 현안’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관계자는 “그런 것은 당에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박 전 대표의 미국 스탠포드 대학 강연 내용에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박 전 대표는 스탠포드 강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북한의 위기조성-협상-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했고,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소외계층 배려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원칙있는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대북원칙론과 친서민 중도실용노선과 일치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 문제에는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대표는 “충청도민에게 여러차례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내에서는 세종시의 자족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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