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찍질,기름값 인하로 이어질까

정부 채찍질,기름값 인하로 이어질까

기사승인 2009-09-16 21:23:01


[쿠키 경제] 정부가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정유사들을 바짝 죄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기름값 상승 문제를 질책한 데 이어 16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시장의 과점체제를 지적했다.

정유사들은 불만이다. 기름값의 세금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아 가격 인하 여지가 별로 없는데도 원유시장 메커니즘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유사만 몰아붙인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압박이 실제 기름값 인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산업 경쟁정책 보고서'에서 국내 정유시장을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4개사가 98.5%를 차지하는 과점체제로 규정하며 정유사 간 경쟁을 유도하려면 가격과 거래조건의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정유사들이 자영 주유소도 직영처럼 운영하며 주유소 간 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유소에 자사 기름만 구매토록 요구하는 '배타조건부 계약'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자영 주유소 8721곳 중 84.4%인 7363곳이 이런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유사마다 제공하는 '주유 보너스 포인트' 혜택이 주유소를 옭아매는 데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사후정산 관행도 기름값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주유소가 기름을 주문하면 정유사는 대략적인 가격만 알리고 일정기간 경과 후 가격을 확정해 정산한다. 주유소는 정확한 도매 가격을 모른 채 소비자 가격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최대한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한국주유소협회가 260개 주유소를 조사한 결과 92%가 사후정산을 하고 있었다. 정유사들은 사후정산이 주유소의 요청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주유소들은 정유사의 강요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정유업계는 최근의 기름값 상승이 유류세 및 원유관세 인상 여파여서 이를 과점체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오강현 대한석유협회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유가격과 국제 휘발유 가격이 낮아졌지만 유류세·원유관세 등을 감안하면 현재 가격이 높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오 회장은 "지난해 4월과 비교할 때 지난달 국제원유 가격이 31.1%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환율은 25.6% 올랐고, 유류세도 9.3%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 같은 장치산업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업체 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두고 과점체제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의 한 공기업 관계자도 "정부가 압박하면 정유사들도 조금은 움직일 수 있지만 실질적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세금을 내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압박만으로 기름값이 인하되기는 어렵다"며 "중장기적으로 원가 절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정유사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보다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이성규 기자
hgkim@kmib.co.kr
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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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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