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부는 이미 2000년부터 북한이 핵을 은닉할 수 있는 시설들에 주의를 기울여왔으며 몇 곳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대북정찰용 KH-12 키홀 첩보위성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차량과 물자이동 등을 면밀히 관찰해왔고, 인적채널도 활용해 핵 관련 시설의 위치를 추적해 왔다.
현재 군 당국이 핵 은닉 장소로 의심하는 곳은 적게는 8곳 많게는 13곳으로 전해진다.
1997년 이후 70여차례의 고폭실험이 이뤄진 평북 구성시 일대의 미확인 지하갱도 1곳과 핵시설이 몰려 있는 영변일대의 지하갱도 2곳, 평남 평성시 일대 대규모 지하갱도 1곳 등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 자강도 하갑과 공인리, 화평을 비롯해 평남 용덕동, 평북 서위리와 금창리, 양강도 포태산, 함경북도 백사봉과 풍계리도 핵의심시설로 분류돼 있다.
자강도 하갑은 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 핵관련 시설이 있는 곳이다. 이 곳은 고농축 우라늄 생산과 플루토늄 생산 및 저장, 고폭실험장 등으로 의심되고 있다. 천마산은 노동당 5기계공업총국 예하의 우라늄 제련시설이 있어 우라늄 농축활동 장소로 의심된다. 1990년대 중반 건설이 시작돼 완공된 양강도 영저리 미사일기지도 핵무기 보관 장소로 지목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이 과거 대규모 갱도 굴착작업이 진행된 곳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전시계획에 따라 군사시설물을 수평갱도방식으로 구축하고 있으며 첩보위성의 관측을 피하기 위해 50∼100m 깊이로 지하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평갱도 방식은 특수장비가 없어도 시공이 가능하고 굴착비용도 덜 든다. 이 때문에 북한내 핵 의심시설 대부분이 수평갱도방식으로 굴착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이같은 핵의심시설외에 북한 전역에 군사및 비군사용 지하시설물은 8200여곳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18일 “북한의 핵 무장은 남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더이상 북핵문제를 북미간의 사안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자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미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장거리미사일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의 북한핵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고 봐야 하며 북핵문제 해결도 한국이 주도권을 쥐고 나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장관의 발언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16일 한미클럽 세미나에서 “남북대화에 모든 문제가 논의되어야 하며 당연히 핵문제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뒤 나왔다. 유장관의 발언에는 북미간의 접촉재개가 우리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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