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인식지수 최상위권 유지하는 스웨덴…부패할 이유 없는 핀란드

부패인식지수 최상위권 유지하는 스웨덴…부패할 이유 없는 핀란드

기사승인 2009-09-20 17:03:00

[쿠키 정치] “스웨덴 청소년들이라면 세금이 얼마가 될 지 걱정부터 할 것 같은데요?”

지난 9일 스톡홀름 외교부 청사에서 만난 비르기타 뉘그렌 본부 대사는 거액을 가질 수 있다면, 불법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 청소년들이 있다는 말에 눈을 휘둥그레 치켜뜨며 이처럼 반응했다. 스웨덴에서는 수입에 따른 납세 인식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또 완벽한 사회보장 제도가 부패의 동기를 줄인다고 믿고 있다. 국민 의식과 정부 정책으로 스웨덴은 핀란드와 함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옆집에 아우디가 생겼어요”=핀란드에서는 고위 공무원의 수입과 지출 내역이 매우 상세하게 공개된다. 공무원 재산에 의심이 갈 경우, 누구라도 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마티 요웃센 법무부 국제협력과 과장은 “제가 갑자기 아우디를 새로 사고, 제 아내가 비싼 밍크코드를 입고 다니면 제 이웃이 저를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의뢰를 받은 정부 감독관은 의심이 갈 경우 즉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공장이 지으려고 할 때 이 지역 주민은 해당 행정기관에 문제를 제기하고 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면 행정기관은 문제를 제기한 시민에게 왜 공장이 들어서게 됐지는 설명할 의무를 갖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옴부즈맨이 이런 역할을 한다. 옴부즈맨은 군사기밀과 성문제 등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일부를 제외하고는 접수되는 모든 민원을 공개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2유로 받고 징계받아=핀란드의 한 경찰관이 길거리에 버려진 자전거를 발견해 주인에게 돌려줬다. 자전거 주인은 사의로 2유로(한화 3500원)를 경관에게 줬다. 하지만 이를 받은 경관은 벌금 500유로(한화 88만원)의 벌금을 물고 징계까지 받아야 했다.

스웨덴에서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가 보도됐을 경우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옷을 벗는다. 법무부 반부패과 알프 요한슨 검사는 “우리나라에선 뇌물을 받지 않고 편의만 약속해줘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스웨덴 검사들은 지인과 함께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사우나, 골프, 사냥을 주문하고 있다.

그렇다고 두 국가에도 부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스하키 경기의 지정 관람석 제공이나 스키장 무료 사용권이 제공되기도 한다. 하지만 핀란드에서 적발되는 연간 뇌물사건은 5∼10건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정부 입찰 관련 비리는 1∼2건에 그치고 있다.

◇부패할 이유가 없다=핀란드 성인 남자 월 평균임금은 3000유로(한화 530만원). 이중 소득세가 30%를 차지한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이런 세금으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기치를 내건 사회보장 제도가 시행된다.

정부는 청소년에게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장년기에 일자리를 잃을 경우 충분한 실업수당을 제공한다.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는 노인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더 큰 경제적 이익을 노리는 데서 비리와 부정이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회 자체가 부패가 뿌리를 내릴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헬싱키·스톡홀름=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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