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사는 삶, 여유로운 삶을 권하는 ‘슬로 라이프(Slow Life)’운동을 처음 제창한 쓰지 신이치(55) 일본 메이지학원대학 국제학부 교수가 자신의 저서 ‘행복의 경제학’(서해문집) 한국어 출간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쓰지 교수는 황해도 출신 아버지를 둔 재일교포 2세 문화인류학자이자 환경운동가로 ‘슬로 라이프’를 되찾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나무늘보 클럽’ 대표, 에너지 절약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동참하는 단체인 ‘100만인의 캔들 나이트’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는 22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는 느린 삶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풍요의 환상을 좇아 효율성과 생산성, 경제성장과 소비의 중대 등에 관심을 기울여 왔지만 그 결과는 생태계 가 무너지고, 온갖 분쟁이 발생하며,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고 병들게 됐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쓰지 교수는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경제학 대신 ‘행복의 경제학’을 제시했다. 경제 그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환경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고 융합할 수 있는 동양 사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쟁에 쫓겨 지내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이 삶의 진정한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빠른 사람이 이기는 경쟁’에서 빠져나와야 행복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다는 것.
그는 “‘시간의 소비’를 우리들 삶 속에 늘려나가는 것. 돈부자가 아니라 시간 부자. 그것이 바로 슬로 라이프가 말하는 ‘풍요’”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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