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최근까지 회계분석팀을 중심으로 대한통운의 회계처리를 살펴본 결과 70억원대의 비자금이 조성된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비자금의 최종 행선지가 어디인지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은 대한통운 부산·마산 지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회계자료를 이미 수집한 자료와 대조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대한통운 지부의 상무급 임원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회계담당자 2∼3명도 소환해 관련 사실을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비자금 조성 관련 사실을 추궁했으나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성된 비자금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자료 분석이 마무리되는 대로 A씨를 소환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대한통운의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것은 본격적인 기업 사정 수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인천지검은 22일 두산인프라코어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가 국책연구비 1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포착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캐기 위해 관계자들을 불러 관련 사실을 조사했다.
창원지검도 지난 15일 중견기업인 SLS조선의 통영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일각에선 앞으로 검찰이 대대적인 기업 비리 수사와 함께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로 토착비리 근절에도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주 전국 특수부장 회의를 통해 지방 토착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달 20일 취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이 새로운 수사 패러다임을 강조한 뒤 벌어지는 첫번째 사정수사인 만큼 기존 수사 관행과 어떻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대검 중수부가 나서지 않고 일선 지검의 특수부가 수사를 전담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표적수사 등의 오명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관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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