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지난 16일 정권 출범 당시 정부 최고 정책 협의기구로 민주당과 연립여당인 사민당, 국민신당 당 대표들이 참가하는 ‘기본 정책 각료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바 있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수뇌회의 참석자를 보면 설치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기본 정책 각료위원회 멤버인 하토야마 총리와 사민당 당수인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 국민신당 대표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상, 내각의 2인자격인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담당상에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민주당 간사장이 새로 추가됐다.
한마디로 하토야마 총리와 연정 당 대표들로 구성됐던 각료위원회가 유명무실화되고 오자와 간사장이 포함된 수뇌회의가 하토야마 정권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가 된 셈이다.
정부측은 “수뇌회의는 여당내 의견 교환의 장”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민주당내 최대 파벌 수장인 오자와 간사장이 각종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분석했다. 150여명의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을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지 않을 경우 정권 운영이 원할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하토야마 총리가 수뇌회의 설치를 최종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의 생각을 민주당측에 완전히 전달해야 좋지 않겠느냐”고 말해 수뇌회의 설치 과정에서 국회 및 당무 운영 전권을 쥐고 있는 오자와 간사장을 고려했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수뇌회의 설치는 정부를 각종 정책의 중심에 내세우겠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기존 구상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새 정권이 출범한지 보름도 안돼 하토야마 총리 중심이 아닌 ‘오자와의 힘’에 의해 움직이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후쿠시마 사민당 당수와 가메이 국민신당 대표도 하토야마 총리 보다는 오자와 간사장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오자와 간사장의 힘은 더욱 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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