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은 지난 8월 자신의 연구 성과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염증 반응에 관한 단백질 네트워크 연구’라는 논문으로 써냈다. 이 A4 용지 11장짜리 논문은 지난 28일 발간된 ‘세계 소화기병학 저널’(WJG·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실렸다. WJG는 해당 분야 권위지로, 전 세계 과학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동시에 자신의 논문을 올리고 싶어 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확장판(SCIE)에 등재돼 있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우리나라 외고생은 김군이 처음이다. 그동안 연구 성과를 국제 학계에 뽑낸 학생들은 이과생을 전문으로 길러내는 서울과학고, 대전과학고,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경남과학고에서 나왔다.
이과반이 아예 없는 외고에서 자연과학에 몰두하는 학생은 100명 중 1명이 안된다. 김군은 “어릴 적부터 과학을 좋아했지만 중학생 때까진 어떻게 공부해야 과학자가 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래서 일단 부모님 말씀대로 외고에 진학했다”고 했다.
김군은 고교에서 2년간 배울 생물Ⅰ·Ⅱ를 입학 첫 학기에 혼자서 독파했다. 이어 대학 교재로 일반생물학을 공부했고, 국내외 학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다니며 관련 논문을 내려 받아 탐독했다. 방학이 되면 서울대 의과대와 자연과학대, 카이스트(KAIST)의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어깨 너머로 실험법을 배웠다.
김군은 1학년 겨울방학 때 만난 서울대 의과대학원생에게서 이번 연구 주제를 얻었다. 지난해 12월 한 논문에서 연구 기법을 차용하면서 1년여만에 자신만의 성과를 냈다. 김군은 “수학 실력이 달려서 공식을 이해하는 데만 일주일 정도 걸렸다”고 했다. ‘청국장 전문가’로 유명한 충남 호서대 김한복(51) 교수가 그를 지도했다.
대입을 코앞에 둔 김군은 자신이 반에서 몇 등인지 모른다. 그는 “연구하면서 내신에 신경을 쓰려니 늘 시간이 부족했다. 1학기 성적을 확인할 염두를 여태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군은 수시 전형에서 서울대와 카이스트, 포항공대에 원서를 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러야 하는 정시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존스홉킨스대 등 국외 대학에 지원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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