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스포츠호치 등 일본 언론은 오카야마현경 조직범죄 대책 2과가 29일 음료수 1병을 훔친 혐의(절도)로 거대 폭력 조직인 야마구치 조직(山口組) 계열 나카지마(中嶋)회의 고바야시 요시하루(49) 회장을 체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바야시 회장은 29일 새벽 2시쯤 부하 조직원 3명과 식사를 하고 돌아가는 길에 오카야마 시내의 한 할인 매장에 들러 페트병들이(2리터) 탄산음료수 1병를 훔쳤다.
이 음료수의 가격은 고작 167엔(약 2700원)으로 야쿠자 보스의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와는 안 어울려도 너무 안 어울리는 ‘절도 물품’이다. 더구나 보도에 따르면 야마구치 조직은 일본에서 3대째를 이어오며 견실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범행 후 고바야시 회장은 조직원이 운전하는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지만, 범행을 목격한 점원이 즉시 경찰에 신고해 체포됐다.
경찰에 체포됐는 것이 두려웠는지, 안 어울리는 범행이 알려지는 것이 민망했는지 모르지만 고바야시 회장은 범행을 부인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차내에서 음료수 병이 발견됐고, 매장 CCTV에 범행 모습까지 찍혀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현재 고바야시 회장은 ‘당시 술을 마셔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있다.
가끔씩 야쿠자답지 않은 황당한 범행이 발생해 사람들을 폭소케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처럼 조직의 보스가 소규모 절도로 체포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2000년 오사카에서 야쿠자를 탈퇴한 지 얼마 안 된 20세 남성이 초등학생을 위협해 슈퍼마켓에서 도둑질을 시켰던 사건이 있었다. 또 2003년에도 오사카에서 당시 28세의 한 조직원이 할인 매장에서 아내에게 도둑질을 시키다 경찰에 체포된 적이 있다.
오카야마현경 관계자는 “조직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젊은 조직원 무리에게 도둑질을 지시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지만 이처럼 보스가 (소규모) 절도범으로 잡히는 것은 처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인터넷에서는 “그냥 내가 사 줄 수도 있는데” “믿을 수 없다. 야쿠자가 아니라 그냥 동네 양아치 아니냐” 는 등의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바야시 회장은 범행 정도가 경미해 벌금형으로 풀려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