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쓰리랑 “젖먹이에게 영어가르치는게 코미디”

LA쓰리랑 “젖먹이에게 영어가르치는게 코미디”

기사승인 2009-10-08 20:00:00

[쿠키 연예] 교실에서 몰래 술을 마시다 걸린 재미교포 빅타이거는 변명한다. “어른이어서 마신 거에요. 술!” 한국어 선생 대티얼킴은 대꾸한다. “어이쿠 어이쿠 어이쿠 안 마른 놈이 머리에 피도!” 학생이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선생님 왈 “봐라 이놈 봐라 이놈. 뀐 놈이 방구 낸다더니 성을!”

이들 뭔가 이상하다. 한국어를 목적어가 뒤로 나오는 영어식 어순으로 말하기 때문이다. KBS 2TV ‘개그콘서트’ 속 ‘LA쓰리랑’은 ‘미쿡식 한쿡말’을 풍자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 재미교포인 빅타이거(김대범)와 김캐리(김성원)가 엉터리 한국어 선생님 대티얼킴(안윤상)에게 한국어를 배우는 내용이다. 한국어 못하는 한국인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이들을 한글날 즈음인 8일 서울 여의도 KBS 개콘 녹화현장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조금만 살다와도 영어를 섞어 써요. 정신력이라 해도 될 것을 ‘멘탈’이라고 하고. 또 요즘은 너도나도 ‘엣지있다’는 표현을 자주 하는데 왜 그러죠? 한국말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데 ‘있어보이려고’ 영어를 쓰는 세태를 풍자하고 싶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면 ‘미쿡식 한쿡말’을 구사하는 이들은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김대범은 꼬부러진 발음으로 한국말을 내뱉는 야구선수 박찬호, 명절 특집 노래자랑에서 영어 어순으로 말하는 외국인에게서 힌트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안윤상은 “영어를 1대1로 직역해보니 어순이 다르더라. 또 미국 영화 볼 때 한글 자막에는 목적어가 빨리 나오고, 배우의 입에서는 나중에 나오는데 그 차이에서 웃음 포인트를 잡았다”고 덧붙였다.

코너의 백미인 목적어를 뒤로 빼는 미국식 어순이 탄생한 배경이다. “썬생이고 난. 학쌩이야 넌”과 같은 일상적 대화도 웃기지만, 관용 표현이나 속담을 미국 어순으로 말할 때는 웃음이 ‘빵’ 터진다. “떨고 있네 꼴갑들” “자빠졌네 웃기고!” 특히 “고와야지 가는 말이 고운 거야 오는 말도” 등의 속담은 그 이질감에서 웃음이 유발된다.

어색한 억양과 발음은 재미를 배가 시킨다. 특히 목적어를 높은 톤으로 강하게 내지르는 억양은 중독성이 강하다. “남기자, 악플!” “너 왜 자꾸 나한테 해 반말!” 등 목적어의 끝을 올린다. 김대범은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 김윤진의 남편 역인 대니얼 킴의 말투에서 착안했다”면서 “끝을 어색하게 올리는 교포식 한국 말투가 너무 웃겼다”고 말했다.

한국어 교습실은 듣기 평가도 한다. 그런데 엉터리다. 김대범은 “우리도 영어 배울 때 미국인들이 들으면 우스꽝스런 표현이 옳은 것처럼 배웠다. AFKN보니까 한국어 교실에서 ‘배고프다’는 말을 일상에서는 어색한 표현인 ‘시장해요’라고 가르치더라. 일상에서 잘 안 쓰는 표현아니냐”면서 잘못된 한국어 교육이 범람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8월에 첫 선을 보인 이 코너는 주요 포털 ‘코너 프로그램’ 검색 순위 상위권에 들며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마빡이’ 이후의 대박감”이라는 제작진의 기대에 비해서는 파급력이 적은 편. 안윤상은 “40대 이상의 어른들은 우리의 개그를 이해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폭발적 반응을 보인 층은 영어 교육 스트레스에 시달려온 10대와 20대들이다. 영어 어순을 달달 외우고 미국식 발음에 압박을 받아와서 신랄한 풍자에 박수치며 환호한다.

앞으로 ‘LA쓰리랑’은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등 축약어를 이용한 개그를 선보이며 올바른 한글 사용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출연자들은 당차게 묻는다. “모국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한국인들 많아요. 철자 다 틀리고 발음도 어색해요. 또 젖먹이한테 영어부터 가르치는 세상이에요. 이거 자체가 코미디 아닌가요?”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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