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중부서 오성존 경위(53)는 현재 경남 창원시의 한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나 말 한마디도 못하는 상태로 병상에만 누워있다. 부인 조행녀(52)씨는 “천신만고 끝에 비리경찰관의 누명을 벗었다”며 “남편이 복직해 단 하루만이라도 예전처럼 씩씩하게 근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마음고생때문에 이제는 눈물마저 말라버렸다고 말했다.
키 178㎝, 몸무게 82㎏의 건장한 체격이었던 오 경위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으나 끈질긴 노력 끝에 8년만에 무죄를 입증했다. 그러나 복직을 앞두고 뇌경색으로 쓰러져 사람만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다.
1980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수사분야의 베테랑으로 현장을 누볐던 오 경위는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에 근무하던 2000년 11월 검찰에 구속됐다. 경남경찰청 수사과에 근무했을 당시 유사석유 및 해상용 고유황 경유 불법판매 수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사건청탁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씌워졌다.
오 경위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법정에 나온 업자가
직접 오 경위에게 현금 500만원을 전달했다고 증언하는 바람에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결국 2002년 6월 11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오 경위는 하늘이 두 쪽 나도 판결에 승복할 수 없었다. 무죄 입증을 위한 기나긴 싸움이 시작됐다. 그는 거의 매일 사건관련 서류들을 챙겨 법원 민원실과 변호사
사무실, 증인 등을 발이 부르틀 정도로 찾아다녔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나는 죄가 없으니 제발 도와 달라”고 읍소했다.
오 경위는 당시 재판에서 나온 증언이 거짓임을 밝혀줄 만한 사람들의 집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만나 설득하기를 수없이 한 끝에 마침내 당시 증인들이 석유사업법 위반사건에 관한 처벌을 가볍게 받을 목적으로 거짓 증언을 한 사실을 밝혀냈다. 창원지법은 2005년 5월 12일 이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으며, 오 경위는 이를 토대로 2005년 7월 1일 창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2007년 1월 꿈에도 그리던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구속된 지 8년, 대법원 판결 6년만에 비리 경찰관이라는 누명을 벗은 것이다.
복직을 기다리던 오 경위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월 4일 저녁 잠시 외출하고 오겠다 며 집을 나섰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진 것이다. 지난 1월 한 차례 더 뇌경색이 찾아와 상태는 더 악화되기만 했다. 오경위에게 휴직이 가능한 기간이 1년뿐인만큼 내년 3월 30일을 넘기면 복직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오 경위의 가족들은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된 소송 과정에서 받은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뇌경색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지난해 1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연금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허사였다. 가족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내달 다시 연금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낼 예정이다.
부인 조 씨는 “10원짜리 하나 남의 돈에 욕심내지 않던 사람을 하루아침에 범죄자로 만들고 인생을 망치게 했다”며 “너무 억울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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