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장엽 소련파견 올림픽 공동개최 지원요청

북한, 황장엽 소련파견 올림픽 공동개최 지원요청

기사승인 2009-10-31 01:52:00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북한이 황장엽 당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를 옛 소련으로 보내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 방안을 소련이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서울올림픽 개최 후 한국과 소련의 수교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88년 황 전 비서가 재차 모스크바를 방문해 사회주의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는 것을 제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주문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와 한국의 북한대학원이 수집해 분석한 옛 소련 문서에서 30일 확인됐다.

이 문서에 따르면 황 전 비서는 86년 5월 16일 모스크바에서 소련의 2인자인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 당시 공산당 서기와 만나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서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서둘러 밝히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또 소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사회주의권이 일치된 행동을 취하도록 하고 남북한 올림픽 공동개최를 위해 압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 성사를 위해 소련측이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까지 예시하면서 간곡히 매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소련측이 북한의 올림픽 공동개최 제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운동에 중대한 위기가 초래될 수 있고 소련이 서울올림픽에 불참하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입장을 한국측에 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남한에서의 독자 올림픽 개최로 인해 초래될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남한 측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야 한다고 황 전 비서는 언급했다.

황 전 비서의 이같은 발언은 올림픽의 남북한 공동개최가 무산되면 사회주의권의 보이콧을 통해 서울올림픽을 반쪽 대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서울올림픽 개최후 한국이 헝가리와 수교하고 소련과도 수교할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황 전 비서는 88년 10월 18일 다시 모스크바을 방문해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지 않도록 소련이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별도로 전달한 문건을 통해 소련측이 한국과 신중하고 절제된 관계만을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소련측은 모든 국가가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이 한국과 수교하려는 것을 저지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국제정세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고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강조, 북한에 대해서도 낡은 사고를 버릴 것을 간접적으로 주문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
김현섭 기자
yskim@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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