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안녕하세요, 제임스 패트리지가 진행하는 5뉴스입니다.(Hello, This is 5news on James Patridge)”
지난 16일(현지시간) 영국 BBC 5TV의 정오뉴스를 지켜보던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뉴스를 맞이하는 행운의 시청자였다. 현재까지 유례가 없는, 안면 장애인이 단독 앵커로 나선 지상파 TV뉴스의 첫 시청자였기 때문이다.
영국 BBC의 따뜻하고 용감한 선택에 전세계의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BBC는 지난 14일 현지 자선단체 ‘체인징 페이스(Changing Faces)’의 제임스 패트리지 대표를 일주일간 TV뉴스 앵커로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제임스는 예정대로 16일부터 정오 5뉴스 앵커로 나섰고, 일주일간 임무를 훌륭히 수행해 냈다.
제임스는 18세 때 교통사고로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어 50번이 넘는 수술 끝에 안면장애를 안고 살게 됐고, 지난 1992년 자신과 같은 신체적 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체인징 페이스를 설립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직접 뉴스 앵커로 나서는 이벤트를 기획했고, BBC는 “매우 환영한다. 우리 사회의 (외모 차별 등) 중요한 이슈에 대해 활발한 논쟁을 촉발시키길 기대한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여론도 호의적인 편이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인 유고브(YouGov)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44%가 ‘안면장애인이 TV뉴스 앵커로 나서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응답했으며, 64%가 ‘안면장애인이 앵커로 나선다고 해서 채널을 돌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불편하다(uncomfortable)’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불과했다.
일주일간의 이벤트성 진행이었지만 제임스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앵커가 됐다.
현지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BBC에는 그를 다시 앵커로 기용하라는 이메일이 세계 각지에서 수백통이 쇄도했다. 또 그의 뉴스 진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속적으로 다운로드 되고 있다.
5뉴스의 데이비드 커모드(David Kermode)는 “제임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해냈다. 그리고 놀랄 만큼 시청자들의 칭찬과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고 기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