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국’의 몰락, 전략과 기술의 문제?… MBC 수목 드라마 시청률 저조

‘드라마 왕국’의 몰락, 전략과 기술의 문제?… MBC 수목 드라마 시청률 저조

기사승인 2010-03-12 19:37:00

‘드라마 왕국’ MBC가 연이은 흥행 실패로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KBS의 가족극에 밀려온 주말드라마(오후 8시)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주도해온 미니시리즈 시간대인 수목 드라마(오후 10시)도 1년째 부진하다. 수목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의 부진이 장기화되자 MBC 드라마국의 판단력에 대한 의문이 광범위하게 제기되고 있다.


MBC 수목 드라마의 부진은 심각하다.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아결녀)’의 시청률은 종영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5.7%(AGB닐슨 미디어리서치)에 그쳤다. ‘히어로’(종영 기준 5%) ‘맨땅에 헤딩’(4.3%) ‘혼(6.7%)’ ‘트리플(5.7%)’ ‘신데렐라 맨(9.1%)’까지 지난해 4월부터 수목 드라마는 저조한 시청률로 쓸쓸히 퇴장했다. 주말 드라마는 현재 방영중인 ‘민들레가족’ 이전의 3편 모두 조기 종영 논란을 빚은 바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패의 원인에 대해 내외부에서는 기획력의 부재를 지적한다. MBC 관계자는 “반 발짝 앞서가면 트렌드를 이끄는 거고 한발 앞서면 ‘오버’인데 그 간극을 잘못 맞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피겨 스케이팅(트리플)과 같은 신선한 소재나 심리공포물(혼) 등 새로운 스타일은 꾸준히 시도됐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매끄럽지 못해 시청자를 끌어당기지 못했다.

권상우(신데렐라맨) 이정재(트리플) 이서진(혼) 이준기(히어로) 등 톱스타가 출연했지만 얼개가 느슨한 드라마를 살리지 못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트리플’은 소재가 신선했고 ‘히어로’는 주제의식이 뚜렷해 인상적이었는데 모두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흡입력이 약했다”면서 “탄탄한 서사로 시청자를 휘어잡는 드라마가 MBC의 매력이었는데 요즘은 시나리오 판단에 미스가 있는 듯하다. 한번 실패한 결과가 다음 작품에 반영되는 과정도 약하다”고 말했다.

비상경영체제 하에서 제작비가 대폭 삭감된 것도 드라마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관계자는 “돈을 적게 주다보니 졸속 기획된 외주제작사 작품을 덥석 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조중현 MBC 드라마 국장은 “‘추노’같이 센 거랑 붙어오니까 상대적으로 힘들었다. 드라마가 잘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 않느냐”며 대진운에 화살을 돌렸다. ‘트리플’과 ‘혼’은 40억원이 투입된 SBS ‘태양을 삼켜라’와 맞붙었고, ‘맨땅에 헤딩’과 ‘히어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KBS ‘아이리스’에 쓴잔을 마셔야 했다, ‘아결녀’의 상대작도 100억원을 들인 KBS의 ‘추노’다. 조 국장은 “오는 6월 방영되는 ‘로드넘버원’은 충분한 제작기간에 큰 돈이 투입된 대작이다. 이제 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문원 문화평론가는 “MBC 드라마는 혁신적인 작품을 내놓고 또 시장에서도 성공해 이노베이터의 역할을 해왔다”면서 “실패 사례를 분석해서 제대로 된 피드백으로 옛 명성을 찾았으면 좋겠다. 현재 시장을 잘못 판단하는 듯 보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서진희 기자
sunny@kmib.co.kr
서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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