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9일) 배에 들어가 바쁘다고 오늘 통화하자고 했는데”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된 해군 특수전(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53) 준위의 아내 김말순(54)씨는 30일 남편의 순직이라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4시30분쯤 집에서 TV를 보던 중 ‘구조대원 1명 사망’자막이 나오자 혹시나 했다.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변했다. TV 속보직후 부대에서 전화 연락이 와 남편의 사망소식을 접했다.
김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일요일(28일) 산에 갔다 오니까 남편이 부대로부터 천안함 탐색작업을 명령 받고 정신 없이 갔다”며 제대로 얼굴도 못봤다며 서럽게 울었다.
한 준위는 30일 오후 3시30분쯤 함수 부위에서 작업 도중 의식불명으로 쓰러져 인근에 있던 미군 함정 ‘살보함’으로 이송, 1시간 30분가량 ‘감압챔버’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호전되지 않고 오후 5시쯤 순직했다.
한 준위는 작전 지원대 소속으로 함수쪽의 인양작업을 맡았으며 29일에는 함수가 침몰된 위치를 표시한 부이를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함수 부분 함장실에 함내 진입을 위한 탐색줄을 설치하는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준위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후 현장의 강한 유속과 높은 수중 압력 등 열악한 여건 속에서 쉬지 않고 구조작업을 벌이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한 준위는 군 생활을 오래했고 구조나 잠수 분야에서 뛰어난 분이라 자신의 노하우를 이용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작업을 계속했다"며 "해군과 국가를 위해 큰 일을 한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준위는 슬하에 학사장교로 근무하고 있는 큰 아들과 대학생인 딸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