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2함대사령부 인근 포승중 학생들 천안함 추모 게시판서 애도

평택 2함대사령부 인근 포승중 학생들 천안함 추모 게시판서 애도

기사승인 2010-04-20 16:31:00

[쿠키 사회] ‘천안함 아저씨들 하늘나라에서 이제 편히 쉬세요.’ ‘우리나라를 지키다 희생하신 해군 아저씨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유족분들 힘내세요.’ ‘가슴 아프고 안타깝습니다. 또 너무 감사하구요. 그분들의 자녀는 우리보다 몇 만 배 힘들 거예요. 우리 모두 그 친구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익명으로 적은 색색의 쪽지는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고 그 가족을 위로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19일 오전 11시30분쯤 경기도 평택 포승중학교. 학생들은 본관 2층 복도 한가운데 붙은 게시판에 추모 글을 담은 쪽지를 붙였다. 여백마다 우는 모양인 ‘ㅠㅠ’를 그리거나 ‘가슴 아파요’라고 적었다.

해군 제2함대사령부 인근 포승중 학생들이 천안함 희생자를 추모하는 게시판을 만들어 저마다 고마움과 애도의 심경을 나누고 있다. 이 학교 학생회는 20일부터 학생과 교사, 학부모를 상대로 추모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정 금액이 모이면 전액을 천안함 희생자 가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만들어진 게시판은 원래 학생들이 자기 소원을 적어 붙이는 곳이었다. ‘소원을 말해 봐!’라는 팻말 아래 ‘중간고사 잘 보게 해주세요.’ ‘수학 100점 맞게 해주세요.’ 같은 쪽지가 붙었다.

학생회는 지난 16일 게시판을 추모용으로 탈바꿈시켰다. 천안함 희생자 36명의 시신을 수습한 다음날이었다. ‘謹 천안함에서 전사하신 장병들 당신들은 대한민국 영웅입니다 弔’라는 팻말을 붙이자마자 가로 120㎝, 세로 80㎝ 크기의 게시판은 추모 쪽지로 도배됐다. 3일 동안 160여장이 붙었다.

소원 게시판이 만들어지고서 4일간 붙은 쪽지는 십여장에 불과했다. 10대들이 자기 바람을 드러내는 일보다 남의 덕을 기리는 데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포승중 교사들은 평가했다.

“천안함 사고가 우리한테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는데 추모 게시판이 생기면서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함께 슬퍼하는 마음도 커졌고요.” 2학년 1반 박소현(14)양은 “사고를 당한 가족들이 걱정된다”며 “씩씩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교 부학생회장 한만협(14)군은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다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며 “천안함 아저씨들처럼 맡은 일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수(56) 교감은 “학생들이 그동안 게시판에 자기가 원하는 일을 적기만 했는데, 추모 게시판으로 바꾸니 ‘나’가 아닌 ‘그 사람’ ‘그분’을 위해 소망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적기 시작하더라”고 전했다. 평택=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노석조 기자 kcw@kmib.co.kr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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