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톨릭대학교(총장 소병욱) 학생들이 유언장을 쓰고 관에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임종체험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몸을 제대로 펼 수도 없는 좁은 관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감사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가대는 이번 학기부터 교양필수 과목인 ‘참 삶의 길’(2학점) 수강생들이 임종체험과 장애체험 중 하나를 선택해 이수하도록 했다. 또 다문화교육과 성교육 강의도 반드시 듣도록 했다.
이에 따라 2200여명의 수강생들은 정규수업시간에 2시간씩 다문화교육과 성교육 강의를 듣는다. 임종체험과 장애체험 프로그램은 매주 화, 목요일 오후 정규수업시간 외에 실시된다.
영천 청통수련원에서 진행되는 임종체험은 매회 45명의 학생이 참가한다.
학생들은 죽음에 대한 동영상자료를 본 뒤 자신의 유언장을 직접 쓴다. 이후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고 촛불 아래서 유언장을 낭독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을 속상하게 했던 일, 다른 사람을 속였던 일, 학업에 소홀했던 점 등을 뉘우친다.
그리고 입관. 폭 60㎝, 높이 40㎝, 길이 2m 정도의 좁고 캄캄한 관 속에 누우면 ‘후회 없는 삶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생긴다.
정인영(여·22·식품영양학과 4년)씨는 “유언장을 작성하면서 지금 죽는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가족들 얼굴이 떠올랐다”며 “임종체험은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줬고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 평생교육원 웰-다잉과정 유동열(60) 교수는 “대학생 임종체험은 대구·경북지역에서 처음”이라며 “임종체험을 한 많은 학생들이 하루하루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체험은 포항시 장애인종합복지관의 복지사들이 캠퍼스를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학생들은 휠체어를 타고 비탈길을 오르는 지체장애인 체험을 한 뒤 안대를 쓰고 흰지팡이를 두드리며 걸어가는 시각장애인 체험도 한다.
학생들은 “장애인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차별받고 있는지 몸소 깨달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도 머릿속에서 지우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문화교육은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소의 교수와 연구원들이 담당한다. 학생들은 결혼이주여성들의 특성과 적응과정, 다문화가족 아동들의 정체성 혼란이나 따돌림 같은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며 그들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게 된다.
다문화교육 강화는 대학의 글로벌화 정책의 일환이다. 대가대는 타문화를 이해, 존중, 포용하는 폭넓은 다문화마인드를 갖춘 인재 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성인이 된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연피임법 등 성교육을 실시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성교육 강의를 맡고 있는 김덕수 신부는 “몸과 마음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설명하고 성은 자연스럽고 축복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