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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연예] 밋밋한 자기소개서는 ‘취업’이라는 좁은 구멍을 통과하기 어렵다.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이 담겨있어야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트로트 가수 미스터 팡(본명 방준호·34)은 톡톡 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범상치 않은 외모를 지녔다. 시선을 압도하는 외모는 한 번 보면 뇌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유도선수로 활동하면서 다져진 몸에 180cm가 훌쩍 넘는 큰 키는 기본이고, 일반인과 비교해 두 배만한 얼굴과 머리 크기를 지녔다. 패션도 한몫한다.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타이트한 스타일은 그만의 패션 코드다.
꽃미남 가수들이 가요계를 장악한 현재,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한 이미지를 지닌 미스터 팡의 외모는 단연 돋보인다. 남들과 다른 체격을 지닌 그가 유도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음악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학창시절 내내 유도에 모든 걸 바쳤죠. 그러던 어느 날 부상을 당해 전지훈련에 참여할 수 없게 됐는데 유도부 선배가 연주하는 감미로운 기타 선율에 넋을 잃고 말았어요. 그때부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가수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지만 모든 게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유도를 계속해라’며 만류하던 가족과 ‘네 외모로는 가수생활 힘들다’는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홀로 이겨내야 했다.
“가족에게 운동선수가 아닌 가수로 살겠다고 처음 알렸을 때 아버지의 반대가 정말 심했어요. 아버지는 제가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는 유능한 유도선수가 되길 바라셨거든요. 그리고 훗날에는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평범하게 살길 원하셨고요. 그렇지만 전 가수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버지는 그가 기타를 사올 때마다 부셨다. 미스터 팡은 부서진 기타를 들고 다시 가게로 가서 새 기타를 구입했다. ‘언젠가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시겠지’ 생각하며 묵묵히 음악 공부에 매진했다. 미스터 팡이 열한 번째 기타를 들고 집으로 들어오는 날, 아버지는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아줬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그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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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팡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지향하는 멤버들과 그룹을 결성했다. ‘내 귀에 도청장치’의 드러머 정재훈, 안치환 밴드의 박달준, 영화 ‘복면 달호’ 삽입곡을 작사·작곡한 이성훈이 그들이다. 멤버들과 음악 활동을 하면서 12년 동안 미사리 무대에서 홀로 활동했다. 박상민 공연을 보러왔다가 미스터 팡의 걸출한 입담과 허스키한 음색에 매료된 팬들도 꽤 있다. 그가 트로트 매력에 빠진 것은 데뷔 앨범 타이틀곡이 된 ‘누나 한잔해’를 접하고 나서부터다.
“처음부터 트로트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에요. ‘누나 한잔해’는 듣자마자 귀에 꽂혔을 정도로 경쾌한 리듬에 흥겨운 가사가 끌리더라고요. 트로트 음악에 빠지고 나니 트로트야말로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요즘 트로트는 젊은 분들이 많이 좋아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잖아요.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장르에 도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미스터 팡을 트로트계로 이끈 노래 ‘누나 한잔해’는 어깨가 들썩거리는 흥겨운 디스코 리듬에 금관 악기의 청아한 소리가 더해졌다. 톡톡 튀는 코러스는 그의 시원한 목소리를 맛깔 나게 살려준다.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데뷔했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올해 목표는 제 이름을 널리 알리는 거예요. ‘미스터 팡이 부르면 노래가 색다르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저만의 목소리를 발산하고 싶습니다. 큰 얼굴 만큼이나 매력도 만점이라는 거 꼭 기억해주세요. 하하.”
그의 이름처럼 ‘팡팡’ 튀는 노래와 ‘톡톡’ 입담이 ‘표절 시비’ ‘사생활 논란’ 등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요계에 활력소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인턴 최은화 기자 eunhwa730@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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