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HTC 안드로이드폰 디자이어에 대한 출고가 논란이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논란의 중심은 “같은 제품인데 해외보다 우리나라가 더 비싼 것 아니냐”는 역차별 의혹이었습니다.
이번에는 SK텔레콤에서 출시한 디자이어의 출고가가 이미 정식 출시된 호주와 일본에 비해 15~20% 가량 높다는 지적이었고, 이는 디자이어를 출시하는 각국 이동통신사의 홈페이지에 나온 가격을 토대로 비교한 것이 근거였죠.
이를 한 언론사에서 처음으로 제기한 후 각 언론사가 ‘앞다퉈’ 따라썼는데 저는 선뜻 그렇게 하지를 못했습니다.
기사를 읽다보니 예전에 다른 제품에서 같은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업계 관계자로부터 들은 얘기가 생각이 나더군요.
“솔직히 휴대전화 내수 판매 점유율이 얼마나 된다고요. 5%나 될까요. 이런 것(해외 제품 간 가격 차이 논란) 가지고 문제 삼으면 막말로 (국내 시장은) 안 팔면 그만입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도 알고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전화의 유통구조나 구매문화나 방식 등은 나라별로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이 말한대로 국가별 단순 비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이는 이런 문제가 불거지면 언제나 소비자 편에 서서 이동통신사나 제조사와 각을 세우는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역차별 여부를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제품별 세부 스펙에 해당 국가의 세금관계까지 전부 파악해야 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욕심같아서야 그 모든 것을 심층적으로 분석·취재하고 싶지만 너무 규모가 방대하고 내용도 복잡해 솔직히 시간이 주어진다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논란이 불거진 후 전문가들의 견해가 듣고 싶어 이곳 저곳에 전화를 해 봤습니다. 국가간 단순 비교가 무리라는 것은 공통적으로 지적하면서도, ‘예상대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역차별이 아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역차별이 맞다”는 결론을 제시하더군요.
그런데 다소 놀라웠던 건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상대방은 오히려 저에게 반문했습니다. “제품이 같다고 해외하고 우리나라가 왜 가격이 같아야 합니까?”
이어 “댈 이유도 없어요. 지금 이 논란은 논란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라며 “가격이란 건 (각 나라의) 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 가지고 역차별 운운하는 건 사람들이 괜히 트집 한 번 잡아보고 싶어서…”라며 다소 ‘자극적’인 말도 하더군요.
놀라웠던 이유는 상대방이 이동통신 이슈와 관련해 꽤 유명한 시민단체 인사였기 때문입니다. IT분야에 조금만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언론을 통해 이름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만한 인물입니다. 좀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이동통신이나 제조사 등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죠.
저는 ‘당연히 역차별인 이유’에 대한 가장 전문적인 설명을 기대했었습니다. 그런데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제가 너무 섣불리 판단한거죠.
역차별이다, 역차별이 아니다 결론을 내자는 것이 아닙니다. 내기도 매우 어렵습니다. 물론 가격이나 스펙의 역차별 문제는 소비자 권리와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항상 소비자의 관심과 언론의 감시망이 닿아 있어야 하고, 문제가 불거지면 언제든지 공론의 수면 위로 끌어올려 최적의 결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가치라는 것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기업의 본질상 국내시장 역차별의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 나온 가격만을 비교해 논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