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진 방문 몇 시간 후…폭스콘 직원 또 자살

보도진 방문 몇 시간 후…폭스콘 직원 또 자살

기사승인 2010-05-27 11:07:00
[쿠키 지구촌] 직원들의 잇단 자살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컴퓨터 부품 전문 제조업체 중국 선전의 폭스콘 공장에서 26일 밤 또다시 직원 한 명이 자살했다.

IT전문 사이트 인가젯은 복수의 중국 언론을 인용, 폭스콘 남자 직원 한 명이 이날 밤 투신 자살했다고 전했다. 현재 이 직원이 남자라는 것 외에 구체적인 신원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로서 팍스콘에서 지난 1월 23일 이후 4개월 만에 모두 12건의 투신사건이 발생했으며 10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이 자살은 특히 폭스콘의 모회사인 대만 훙하이그룹(鴻海科技集團)의 궈타이밍(郭台銘) 이사장이 200여명의 보도진과 함께 공장을 방문한지 몇 시간 만에 일어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궈타이밍 이사장은 이날 폭스콘이 근로자들의 복지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 위해 폭스콘을 방문, 보도진에게 수영장을 비롯한 각종 여가시설을 공개했다.

공장은 애플, HP, 델 등 세계적인 IT제조업체의 계약생산(OEM)을 맡고 있는 곳이다.

노동 전문가들은 폭스콘 직원들의 연쇄 투신이 이 공장의 근로여건 및 노동강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각종 여가 시설들도 직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시설을 이용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광시(廣西) 좡족 자치구 출신의 한 여성 근로자(21)는 이날 궈 이사장과 함께 선전 공장을 방문한 홍콩의 한 기자에게 “점심식사 시간이 30분밖에 되지 않는다. 수영할 시간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녀에 따르면 폭스콘 직원들의 점심식사 시간은 공장에서 식당까지 다녀오는 시간까지 포함해 30분이기 때문에 실제로 식사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삼키는 수준”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장을 방문했던 중국과 홍콩, 대만 언론에 따르면 폭스콘 직원들은 활기가 없었으며, 매우 지친 모습이었다고 한다.

허난(河南)성 출신의 한 근로자는 “감독관을 의식해 작업대에 앉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면서 3년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폭스콘 직원들은 대부분 중국의 농촌지역 출신들로 한 푼이라도 더 벌어 고향에 송금을 하기 위해 거의 매일같이 잔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초과근무 수당을 포함해 한 달에 1800위안 가량의 월급을 받아 고향에 송금을 하면 500위안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

한편 애플과 HP는 폭스콘의 연쇄 자살 사건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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