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300만 앞둔 ‘포화속으로’…차승원 정면 컷 거의 없는 이유

[쿠키人터뷰] 300만 앞둔 ‘포화속으로’…차승원 정면 컷 거의 없는 이유

기사승인 2010-07-05 11:37:00

"[쿠키 연예]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포화속으로’는 개봉 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대중의 거센 질타를 받더니,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연배우 권상우가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어 영화홍보 및 무대인사가 연이어 취소됐다. 하지만 연이은 악재 속에서도 243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지난 4일 기준) 관객의 사랑을 꾸준히 받으며 선전 중이다. 300만 관객의 사랑을 받을 날도 머지않았다.

개봉 2주 간격으로 작품이 물갈이 될 정도로 관객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작품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극장가에서 지난달 16일 개봉한 ‘포화속으로’가 한 달 가까이 관객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전쟁 역사의 한 귀퉁이에 기록됐던 71명 학도병의 이야기를 생동감 있게 되살려냈다는 점과 차승원(박무량), 권상우(구갑조), 탑(오장범), 김승우(강석대) 등 걸출한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몰입을 높여줬다는 평이다. 여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화려한 영상미까지 더해져 탄탄한 작품으로 완성됐다. 최찬민 촬영감독을 만나 작품 완성 과정과 영화의 뒷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 전쟁영화와 다른 한국 스타일 표현”

최 감독 이하 스태프들은 ‘포화속으로’를 만들 때 가장 초점을 둔 것은 ‘한국 냄새나는 전쟁 영화’였다. 1950년 8월 발발했던 ‘한국전’이었던 데다 외국에서는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학도병’이라는 소재를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풀어내기 위해서는 외국의 것을 모방한 ‘버터식’ 전쟁영화가 아닌 ‘된장식’ 한국전쟁이어야 했기 때문이다. 민족상잔이라는 비참함을 다뤘지만 관객의 눈물을 쥐어짜내는 ‘신파’에 머무르지 않고, 아름다운 영상을 통해 은은하게 녹아나는 비장미를 극대화시키려고 했다.

“영화의 핵심 장면이라 할 수 있는 전투가 여러 번 걸쳐 등장하는데 기존의 전쟁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한국의 스타일을 표현해 내려고 했습니다. 풍광이나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시간’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짧게 단축시켜서 독특한 느낌을 주기로 한 거죠. 화면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거나 빠르게 전개시키기 위해 고속 카메라를 동원해 효과를 냈죠. 이재한 감독과 처음에 이야기해서 잡았던 목표와 흡사한 결과를 얻어내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음먹었던 대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 우선 계절부터 발목을 잡았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8월이었는데 크랭크인은 12월에 들어가 어떤 장소에서 찍어도 한여름의 느낌을 살리는 게 어려웠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내는 것만큼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로케이션 매니저들이 촬영 장소를 물색하러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겨울에 여름처럼 싱그러운 느낌이 담긴 곳을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했죠. 며칠 동안 제작팀이 머리를 굴렸지만 답을 찾을 수 없어서 전쟁 전후의 척박한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계절감을 최대한 없애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여름인 지 잘 알 수 없는 폐허나 공터 같은 곳에서 주로 활용해 촬영했어요.”

최고의 한 컷을 담아내기 위해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포화속으로’ 명장면 중 하나인 북한군과 학도병이 처음으로 총격전을 벌이는 ‘갈대밭 전투’를 담게 됐다. 갈대밭 전투가 촬영된 곳은 경남 합천군 황매산 일대로 제작팀이 주변을 탐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해낸 장소다.

“우리 영화에서 가장 미학적 부분을 찾으라고 한다면 전 주저하지 않고 ‘갈대밭 전투’를 뽑는데요. 미학적이면서도 어딘 지 모르게 우울함이 베어나는 정말 보석 같은 장면입니다. 원래는 평지에 있는 갈대밭에서 촬영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황매산을 갔다가 경사 진 곳에 흐트러지게 자라난 갈대를 보고 ‘앗 저기다’ 감이 왔죠. 마침 그 때가 해질녘이라서 노을을 받은 갈대밭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더라고요. 그런데 경사가 30~40도 정도 기울어져 배우도 촬영 팀도 고생 많이 했습니다.”

최 감독은 한국전쟁의 느낌이 고스란히 드러내기 위해 우리나라 고유의 자연 풍광이나 능선을 최대한 살리는데도 주력을 다했다.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영화 안에서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건 어딜까’ 궁금증이 일 정도로 이국적 느낌이 드는 독특한 장소를 정하고 카메라를 활용해 담아냈고요.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그리려고 노력한 거죠.”

‘학도병’이라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다보니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등장인물은 타이트하게 잡아서 미묘한 표정까지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권상우, 차승원, 탑, 김승우 등 주연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며 노력과 열정을 아끼지 않았던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중에서 차승원은 화면에 담기 어려운 배우였다고 털어놨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모델 출신이라 장신인데다 이목구비도 시원시원하게 잘 생겨서 악랄하고 표독스러운 ‘박무랑’을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냥 서 있어도 화보가 되니 이리 찍고 저리 찍어도 마냥 멋있게만 나와서 난감했던 배우였죠. 정면 컷으로 있는 그대로 노출 시키면 ‘박무랑’의 캐릭터가 잘 안 드러나더라고요. 그래서 택한 방법이 측면 컷을 활용했어요. 북한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절대적 권력을 상징하는 캐릭터라 거칠고 오만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눈을 한쪽만 찍거나 위에서 아래로 내리 찍는 비정상적 각도로 촬영을 주로 했습니다.”



최 감독은 차승원의 베스트 컷으로 지프차에 다리 한 쪽을 올린 채 군화에 묻은 먼지를 닦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은 박무랑이 자신의 아들처럼 느껴지는 학도병들에게 그들의 은신처인 포항여중(현 포항여고) 폐교로 찾아가 전쟁 시한을 선포하는 부분이다.

“촬영이 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는데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차)승원 씨가 늦게 도착했어요. 그런데 해는 이미 뉘엿뉘엿 지고 있던 터라 급박했죠. 그러다가 승원 씨가 ‘여기에 발을 올려놓고 먼지 닦는 장면 넣으면 어떨까’ 말하면서 동작을 취하는데 마침 해에 몸이 가려져서 더 멋지더라고요. 우연치 않게 포착된 장면인데 이 컷 하나로 ‘다윗’같은 학도병과 ‘골리앗’같은 박무랑이 대립적으로 표현된 것 같아 정말 기뻤습니다.”

무엇이든 이루고 나면 아쉬움이 따르는 법이다. 최 감독은 한정된 상영 시간 때문에 71명 학도병에 관한 이야기를 한 명 한 명씩 조명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71명이다 되다보니 학도병들의 사연을 일일이 다루긴 어려웠어요. 몇 명이라도 전쟁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나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도 좋았을 텐데 여건상 그렇게 하지 못했죠. 마치 과거의 흘러가는 사람들 중 하나로만 기억될 것 같아 안타깝더라고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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