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거 뜰까] ‘오합지졸’ 영웅호걸, 아슬아슬 ‘인기’ 줄타기

[Ki-Z 이거 뜰까] ‘오합지졸’ 영웅호걸, 아슬아슬 ‘인기’ 줄타기

기사승인 2010-07-24 13:23:00

[쿠키 연예] 버라이어티에 여풍(女風)이 찾아왔다. SBS가 일요일 안방극장의 웃음을 책임지기 위해 12명의 여성 출연진으로 구성된 ‘일요일이 좋다-영웅호걸’(이하 ‘영웅호걸’)을 야심차게 내놓은 것이다.

일요 예능 프로그램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KBS 2TV ‘해피선데이’, 새 코너 ‘뜨거운 형제들’의 수혈을 받아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와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고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영웅호걸’은 인기와 인지도를 기준으로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을 6명씩 나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인기 검증’을 받는 경쟁 버라이어티이다. ‘잘나가는 팀’과 ‘못나가는 팀’의 멤버는 매번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되기에 멤버는 상시 바뀔 수 있다. 맏언니 노사연을 중심으로 걸 그룹 카라 니콜, 티아라 지연, 애프터스쿨 가희를 비롯해 솔로가수 서인영, 아이유, 방송인 신봉선, 배우 유인나, 정가은, 홍수아, 이진이 출연한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8일 첫 방송에서 ‘영웅호걸’은 전국 시청률 7.9%를 기록, ‘일밤’(6.9%)을 1%포인트 앞섰다. 일단 첫 출발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인기 검증’이라는 콘셉트가 멤버들 간의 경쟁과 질투심을 유발시켜 언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막말 논쟁’과 ‘비상식적 행동’ 등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우려는 첫 회부터 드러났다.

서울 시청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팀을 나누는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고, 코너 ‘서로의 단점 말하기’에서는 감정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서로의 단점 말하기’는 해당자가 앞에 나와 자신의 단점을 적은 뒤 이를 출연자가 맞추는 방식이다. 즉 단점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친분을 쌓아가자는 의도다. 하지만 출연자들의 발언은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꺼낸 말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듣기에 불쾌했고, 예의 없는 말들이 상당했다.

예를 들어 신봉선에게 ‘가슴이 작다’(나르샤) ‘자기가 예쁘다고 착각하면서 산다’(정가은)고 했으며, 단점이 신체와 관련됐다고 하자 ‘암내가 난다’(정가은) ‘입 냄새가 난다’(이진) 등 듣기 거북한 말들을 쏟아냈다.

노사연에 이르자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평생 배불리 먹은 적이 없을 것 같다’(이진), ‘자신을 이기는 남자가 없다’(유인나) ‘얼굴이 크다. 목이 없다’(홍수아) 등 아무리 게임이라고 해도 예의에 어긋나는 멘트로 시청자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서로의 단점 말하기’에서 화제가 됐던 것은 후배 가희가 선배 서인영에게 ‘건방지다’고 한 말이다. 이 발언은 아무리 코믹을 위해서라지만 가수 선후배 간의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명이나 되는 출연진도 몰입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6명씩 팀 대결 구도로 벌이는 특성상 다수의 스타들이 출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캐릭터가 명확히 잡히지 않은 상태라 ‘오합지졸’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다.

MC를 맡은 방송인 이휘재와 노홍철의 자질도 거론됐다. 이들은 사회자로서 갖는 위엄과 능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여자 연예인을 대할 때 ‘인기 많았겠다. 누가 좋아한다. 예쁘다’는 식의 감탄 섞인 멘트나 가벼운 질문들을 던져 ‘방청객 MC’라는 오명을 얻었다.

첫 회인 탓에 프로그램 정체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 초등학교에서 합숙을 하면서 진행되는 것은 이미 SBS ‘패밀리가 떴다’나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청춘불패’에서 보여진 것으로 ‘어디서 본 듯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을 줬다.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댄스 대결’이나 ‘팔씨름’을 시도해 식상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영웅호걸’은 이제 첫 단추를 채웠다. 문제는 그 단추가 첫 번째 구멍에 제대로 맞춰졌냐는 것이다. 만약 하나씩 앞에 채워지거나 뒤에 채워진다면 언젠가는 모든 걸 다시 풀고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다면, 완성된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 따라서 여자들의 입담으로 일요일 안방극장을 평정하겠다는 이들의 각오가 얼마만큼의 빛을 발할지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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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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