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거뜰까] UV 유세윤․알까기 후광 업은 ‘꿀단지’…첫 반응 싸늘한 이유

[Ki-Z 이거뜰까] UV 유세윤․알까기 후광 업은 ‘꿀단지’…첫 반응 싸늘한 이유

기사승인 2010-07-31 13:02:00

[쿠키 연예]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로 ‘스탠딩 코미디’가 대세인 요즘, 반기를 드는 개그 프로그램이 나왔다. 지난 25일부터 일요일 오전 9시25분 시청자를 찾아가는 MBC ‘꿀단지’(연출 김정욱 여운혁 외, 작가 김균태 손근주 외)다. ‘꿀단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나 상황을 유쾌하게 재연하는 콩트 코미디다.

프로그램의 형식과 인기는 돌고 도는 법. ‘스탠딩 코미디는 지고 콩트 코미디가 부활한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내놓은 ‘꿀단지’. 첫 단추부터 잘못 낀 것일까. 베일을 벗은 ‘꿀단지’는 첫 방송부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출연진과 관객이 호흡하는 ‘스탠딩 코미디’에 필적할 만한 무기를 내놓기는커녕 조악한 스토리에 억지스러운 유머 코드로 도리어 시청자의 웃음을 빼앗아갔다.

5.4%의 저조한 성적표(AGB 닐슨 미디어, 전국 기준)는 이를 입증해준다. 이 기록은 지난 18일 눈물로 마지막을 장식했던 김제동·조형기·신봉선의 ‘환상의 짝꿍-사랑의 교실’이 올린 7.5%보다 2.1% 포인트 크게 하락한 수치다.

첫 방송이 나간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무슨 내용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ID sahanfx) ‘식구들 다 같이 보는데 민망하고 재미없는 짜증 버라이어티다’(ID mirbabu) ‘구시대적 발상이 안타깝다. 이 시간에 TV 앞에 앉아있을 일이 없겠다’(ID akirazet) 등 호평보다는 비난 섞인 글이 대부분이다. 일단 첫 방송에서 합격점을 얻는데 실패한 ‘꿀단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봤다.

UV 유세윤 투입․알까기 부활…장점은 충분한데

‘꿀단지’에는 분명 볼거리가 있다. ‘요괴특공대’는 기묘한 사건을 파헤쳐 진실을 밝히는 세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코너로, 프로젝트 그룹 UV를 통해 가수로서도 주가를 높이고 있는 유세윤을 비롯해 유상무, 장동민이 뭉쳤다. 세 사람은 2004년 KBS 19기 공채 개그맨 동기이자 같은 소속사 식구들로 눈빛만 봐도 호흡이 통할 만큼 손발이 잘 맞는다. 여기에 2001년 화제 속에 막을 내린 MBC ‘코미디 닷컴’의 코너 ‘알까기 명인전’은 ‘2010 알까지 제왕전’으로 부활해 기대감을 높였다.

일단 ‘요괴 특공대’는 시선이 가는 선에서 그친다. 이는 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강력한 한 방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공대’라는 콘셉트에 급급한 나머지 드라마 ‘아이리스’ 정보국을 패러디한 장면이 어설플 정도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유세윤에게 유상무·장동민 대원은 “요괴일지 모른다. 조심해라”고 말하자 “사실 내 아내야. 출산한 뒤 부쩍 삭았지”라고 답한다. 여자 친구와 침대에 누운 장동민에게 유상무는 “뭐야. 내 여자 친구잖아”라고 말하고, 유세윤은 “뭐야. 내 침대잖아”라고 응수한다. 이처럼 대부분 애드리브와 코믹 분장으로 개그를 시도하는 수준이다.

‘2010 알까지 제왕전’은 10년 만에 부활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른 게 없다. 크게 달라진 게 있다면 화면이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었다는 점일 것이다. 첫 회 손님으로 출연한 부활의 김태원과 소설가 이외수의 긴 머리카락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웃음을 줬을 뿐 특별히 새롭다거나 인상적이었다는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패러디 혹은 짜깁기…내실 다지기 부족

‘꿀단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식상함’이다. 개그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시도해야 할 ‘참신함’과 ‘기발함’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날림으로 만든 것처럼 코너 대부분이 말장난이나 패러디 수준이다.

가수 하춘하가 출연하는 코너 ‘하춘화의 시’는 커피를 마신 뒤 공책에 ‘쓰네’라고 적고 상황을 마무리한다. 남편이 집에 못 들어온다는 문자를 받자 인기CF의 문구인 ‘올레’를 외친다.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구조와 고민 없이 쓴 것 같은 멘트는 무성의하게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코너 ‘묵언수행’은 ‘가장 위대한 언어는 침묵’이라는 콘셉트만 되풀이하며 납득할 수 없는 허무한 결말로 웃음을 강요한다. 연인들의 다툼 과정을 그린 코너 ‘나와나와’와 번지점프를 타면서 ‘왜’를 주고받는 코너 ‘오(5)왜’도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정도로 유머가 조악하다.

코너 ‘노사연의 무적맘’은 노사연의 외형적 변신에만 의존해 아쉬움을 남긴 경우다. 노사연은 이마 가운데까지 내려오는 단발 가발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을 해 영화 ‘사탄의 인형’ 속 ‘처키’를 연상시킨다. 일단 외모로 시선을 끄는데 성공했으나 상황 설정이 평범하다. 남편이자 가수인 이무송이 걸 그룹을 쳐다보는 게 못마땅한 아내의 모습과 늦잠을 자는 딸을 깨우는 엄마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간간이 손톱으로 코를 파거나 독특하게 사과를 집어먹는 모습이 피식 웃음을 짓게 할뿐이다.

병역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MC몽의 출연도 비난이 거세다. SBS ‘하하몽쇼’와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 그리고 ‘꿀단지’까지, 문제를 말끔히 매듭짓지 않은 상황에서 새 프로그램에 출연해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꿀단지’에서의 활약상이 저조한 것도 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공무원을 준비 중인 캐릭터로 등장해 3만 원 어치 요구르트를 훔쳐 먹은 일, 헤어진 여인에게 돈을 꾸는 일, 드라마 ‘추노’를 패러디한 원시인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줬지만 이렇다 할 웃음을 주지 못했다.

코미디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제작진의 분발 요청

코미디의 완성도는 기획에서 힘을 받아 대본에서 판가름 난다. 지금처럼 말장난식 애드리브나 드라마나 CF를 답습하는 수준의 패러디 개그는 순간적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 있으나, 여운을 오래 남기긴 어렵다.

따라서 제작진은 생산적 웃음의 기틀이 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아야 하고, 작가는 이를 뒷받침해주는 탄탄한 대본을 완성시켜야 한다. 이후에는 ‘꿀단지’를 이끄는 간판스타인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최양락, 노사연, 하춘하가 제몫을 다해줘야 한다.

야외에서 촬영이 가능한 점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스탠딩 코미디’처럼 방송국 스튜디오라는 제약을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촬영 장소도 웃음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다.

크고 작은 코너 5~7개로 70분을 꾸려가기란 녹록치 않다. 일주일 내내 매달려도 한 회를 겨우 만들어낼 정도로 코미디 프로그램은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든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얼렁뚱땅 대충대충’으로 한 주를 버티는 프로그램이 돼서는 안 된다.

첫 회에서 기쁨보다는 실망을 더 크게 안겨준 ‘꿀단지’. 달콤한 웃음을 선물한다는 의미에서 지어진 프로그램명이 제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허를 찌르는 웃음 포인트로 재무장해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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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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