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패키지 출연’ 폭로한 이하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나

[Ki-Z issue] ‘패키지 출연’ 폭로한 이하늘,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나

기사승인 2010-08-07 17:32:00

[쿠키 연예] “이하늘이니까 가능했다.”

“SBS 토크쇼 ‘강심장’에 출연하지 않았더니 음악 프로 ‘인기가요’ 무대에도 오를 수 없었다”는 이하늘의 ‘패키지 출연’ 발언을 두고 매니저 A 씨가 털어놓은 말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매니저들은 대체적으로 “드디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패키지 출연’은 암암리에 성행했던 것으로, 방송가의 관례였다. 이는 날이 갈수록 가수들은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이 설 수 있는 음악 무대는 한정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모두가 ‘쉬쉬’ 했지만 아무도 ‘쉬이’ 말할 수 없었던 ‘패키지 출연’. A 씨는 “이러한 관행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라고 가요계 병폐 중 하나로 지적하며 “DJ DOC는 음악 방송에 사활을 걸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팀이고, 멤버 이하늘은 거침없는 언변을 쏟아내는 성격이다 보니 이 같은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패키지 출연’에 대해 한 번쯤 경험이 있는 매니저들이나 소속사 관계자들은 다들 ‘속이 시원하다’고 말한다”며 이하늘의 발언이 뜬구름 잡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유명가수를 맡고 있는 매니저 B 씨도 ‘패키지 출연’을 인정했다. 그는 “한 음악 프로그램에 기껏해야 15팀 정도 들어가는데, 이 중 10팀 정도는 SM YG DSP JYP 등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다. 남은 자리에는 중소 매니지먼트 소속 가수가 들어간다. 따라서 이들 대부분은 방송 관계자들이 원하는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만 아이돌 그룹도 회사끼리 경쟁이 심해 ‘패키지 출연’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하늘은 수 년 전부터 성행했던 ‘가요계 병폐’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지난 1994년 남성 3인조 DJ DOC로 데뷔한 그는 아이돌 1세대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가요 무대를 뛴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가수다. 각종 사건 사고로 사회면에 자주 이름을 올려 ‘가요계 악동’으로 통했지만, 소신 있는 발언으로 대중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는 1일 트위터를 통해 ‘패키지 출연’이라는 비정상적 관행을 꼬집으며 ‘인기가요’를 향해 집중 포탄을 날렸다. ‘인기가요’ 관계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하늘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3일 오후 다시 한 번 “날 양치기 중년으로 만든 인기가요 PD님과 남 CP님께 기름기 뺀 깔끔한 사과 부탁 드린다”며 “사과와 함께 동료가수 선후배를 존중하겠단 작은 약속 하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인기가요’ 측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자, 5일 케이블 채널 Mnet 음악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 사전 녹화 무대에서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를 마치기 직전 ‘XX가요’라고 외치며 초강수를 뒀다. 특히 ‘XX’ 부분이 ‘삐~’라는 비프음으로 처리돼 시청자와 누리꾼은 “‘인기가요’를 겨냥한 욕설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하늘 소속사와 ‘엠카’ 관계자가 적극적 나서 욕설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이하늘은 쉽사리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패키지 출연’이 이하늘만의 공허한 울림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요계 관계자는 “한강에서 바가지로 물을 푸는 꼴 밖에 안 된다. 지금은 잠시 수그러들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예전처럼 PD나 CP가 ‘패키지 출연’을 제안하며 출연자를 줄 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니저 A 씨도 “‘패키지 출연’은 SBS의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지상파 및 케이블 음악 채널에서도 성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모 음악 프로그램 관계자는 ‘나가고 싶으면 OOOO부터 정리하고 와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뉘앙스만 풍긴다”고 털어놓으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면 해당 가수만 음악 프로그램에 못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신인 가수들까지 출연 기회를 잡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저런 피해가 올까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타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다”고 현실 상황을 토로했다.

이어 “‘패키지 발언’이 비중 있게 다뤄지다 보니 음악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몸을 사리며 바짝 긴장하고 있으나,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며 “중견 가수들이 나서서 꾸준히 발언해주지 않는 이상 가요계는 변화되기 힘들다. 이하늘처럼 음악방송 PD에게 대항할 배짱 있는 가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