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 진단] ‘구미호’는 없고 신민아·이승기 위한 드라마 되나?

[Ki-Z 클릭 진단] ‘구미호’는 없고 신민아·이승기 위한 드라마 되나?

기사승인 2010-08-14 12:59:00

"[쿠키 연예] SBS 새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캐스팅 단계부터 뜨거웠다. ‘어린 왕자’ 이승기와 ‘청순 글래머’ 신민아의 만남은 ‘최고의 조합’으로 연일 화제를 모으며, ‘대박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두 청춘스타의 만남은 ‘쾌걸 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홍길동’ ‘미남이시네요’ 등을 줄줄이 터뜨리며 ‘스타 작가’ 반열에 오른 홍정은·홍미란 자매 작가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11일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첫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신선하다. 유쾌하다”는 반응이 쏟아지며 ‘수목드라마의 다크호스’임을 알렸다. 성적도 괜찮았다. 시청률조사기관 AGB 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전국 시청률 10.2%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몸값 비싼 스타 배우들이 낸 효과 치고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지만, 무엇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나쁘지 않은 성적만큼이나 대체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에 이어 광고주도 홀렸다. 방송시간 70분 동안 15초짜리 분량의 광고가 최대한 붙을 수 있는 28편을 첫 회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게다가 경쟁 드라마 KBS 2TV ‘제빵왕 김탁구’가 올해 상반기 화제작이었던 ‘추노’의 기록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국민 드라마’로 맹활약 하는 가운데, 이끌어낸 성적표라는 점에서 더욱 값지다.



철없고 까불까불한 ‘차대웅’ 역의 이승기는 능글맞았고, 500년 동안 봉인된 ‘구미호’ 역의 신민아는 귀엽고 청순했다. 둘의 시너지가 회를 거듭할수록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면서, 12일 2회 방송에서는 시청률이 대폭 상승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전날 대비해 0.6%포인트만 오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빵왕 김탁구’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반격에도 타격을 입지 않고 ‘50% 고지’를 향해 맹렬히 질주 중이라 역전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방송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물론 초반이라 섣부를 수 있지만, 올해 히트한 작품들이 대부분 1~2회에서 15~20% 내외의 시청률을 낸 뒤 서서히 상승세를 타면서 후반까지 이어진 상황을 비교해 볼 때 출발이 더딘 편이다. 초반의 부진은 소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다. “오랜만에 보는 유쾌한 드라마” “점점 다음 주가 기다려진다”는 등 입소문은 ‘쓰나미급’ 수준이다. 하지만 다양한 시청자 층을 사로잡는 데 필요한 강력한 ‘한 방’이 부재한다는 지적이다.

일단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젊은이들의 달콤 쌉싸래한 로맨스물이라는 점에서 시청자 층이 한정돼 있다. 그동안 30~50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 ‘국민 드라마’로 거듭났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20대 위주의 시청자 층이 포진되어 있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성적이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경쟁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만 봐도 알 수 있다. 권력과 암투, 사랑과 우정 등 특정한 시청자 층에 국한되지 않는 일상적 소재와 이야기를 풀어냄으로 인해 전 연령층의 고른 관심을 받으며 40% 고지를 점령했다.



연기력 논란도 시청률 발목을 잡고 있다. 세상물정 모르는 부잣집 도련님 ‘차대웅’ 역의 이승기와 500년 만에 접한 생소한 현대 사회에 호기심을 보이는 천진난만한 ‘구미호’ 역을 깜찍하게 소화해낸 신민아에게 호평과 동시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 내지는 “아직은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함이 감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민아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한예슬과 겹치는 느낌이라는 지적이 많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현대판 구미호’라는 작품 기획 의도와 달리 어디선가 본 듯한 ‘흔한 구미호’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인상적 연기에 대한 화제보다는 긴 생머리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앙증맞은 표정 등 외모만 회자될 뿐이다.

이승기는 ‘차대웅’이 철부지 캐릭터라는 점에서 데뷔작 KBS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비슷한 연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리저리 사고를 치고 다니는 모습은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 때와 별반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두 배우의 캐릭터가 공고하게 다져지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좌절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대중의 감성을 건드리는 홍미란·홍정은 작가의 뒷심이 있기 때문이다. 한채영이 ‘쾌걸 춘향’으로 트렌디 드라마의 유행을 선도하고, 이다해가 ‘마이걸’로 한류스타 반열에 올랐으며, 연기력 논란으로 고생했던 한예슬과 성유리가 각각 ‘환상의 커플’과 ‘쾌도 홍길동’으로 비상했던 것은 모두 우연이 아니다. 순백의 도화지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이승기와 신민아의 매력도 회를 거듭하면서 하나씩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BS 관계자는 “홍 자매 작가의 힘은 초반보다 중반, 중반보다는 후반으로 갈수록 인기 탄력을 받는 것”이라며 “지금 드러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앞으로 보여줄 것들이 많으니 지속적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달빛이 비춰야지만 아홉 개의 꼬리를 드러내는 ‘구미호’처럼 홍 자매의 필력이 두 배우의 능력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을 지 향후 결과를 주시해 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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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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