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기도 동두천 미군 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는 중요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지방 공무원이 중앙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 뒤 시치미를 떼고 있다.

10일 동두천시에 따르면 캠프 케이시 등 반환 미군기지 5곳(28.68㎢)을 국방부가 매각할 수 없게 공원용지로 묶어줄 것을 경기도에 요청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가 지난 8월 23일 오후 늦게 나왔다.

그런데 시가 이 자료를 배포하기 직전에 ‘동두천시가 반환 미군기지 개발을 포기하고 공원으로 조성하기로 밝혀 파장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인터넷 뉴스 등을 통해 보도됐다.

동두천시 담당자는 동두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개발을 포기하는 시늉만 하려던 의도와는 달리 이 때부터 국방 전략에 차질이 생기더라도 동두천 기지를 매각해 평택 기지 이전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처럼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는 60여 년간 미군 기지를 제공해왔던 점을 감안해 기지 매각대금 7100억원(국방부 추정) 가운데 30%를 동두천 발전기금으로 사용할 수 있게 별도의 회계를 편성하는 내용의 ‘동두천특별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나 관계 부처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돼 자료를 준비했다.

시 관계자는 “이들 5개 기지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에 개발 용도가 명시돼 있고, ‘동두천시 2020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돼 있어 용도를 변경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이 같은 사정을 잘 아는 경기도 제2청은 이틀 뒤에 ‘동두천시 발표에 대한 경기도 입장’을 내놓았다. 제2청은 이 자료에서 “반환 미군기지 공원조성 방침은 동두천시가 처한 열악한 재정 형편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며 “정부는 동두천시 지원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제2청은 또 동두천이 미군기지 5곳을 개발하지 않고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정부가 동두천시에 4563억원을 더 줘야 한다는 내용의 ‘동두천 반환 미군기지 전부 공원화 계획 2조7000억원 소요’라는 보도자료도 내놓았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잘못된 자료’라며 발표된 자료 자체를 취소했다. 이 자료를 작성한 박사급 계약직 공무원은 ‘공원으로 조성하려면 정부가 보조금을 더 줘야 하니까 차라리 동두천특별법을 만들어 주는 게 낫다’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전후 사정이 어떠하든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 일에 정상적인 절차를 넘어선 부분이나 불순한 의도가 있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정부=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