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경찰서는 17일 인터넷 전화 기간통신사업자인 S사로부터 임차한 수신전용(기업용 구내교환) 전화 회선 1800여개를 중국 보이스피싱 일당 등 2000여명에 재임대해 2억35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박모(4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2007년 8월 31일부터 지난달 11일까지 서울 용두용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중국 현지 가맹점 30여곳을 통해 회선 사용자를 모집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가 임대한 회선은 지난 3년여간 보이스피싱 198건, 게임 아이템 거래 사기 68건 등 430건의 범죄에 사용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회신을 빌려 쓸 수 있는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S사는 박씨에게 전화 회선을 임대했다.
국내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중국인들은 신분을 감추려고 남의 명의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업자로부터 회선을 임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중국 범죄 조직이 무등록 통신업자인 박씨를 통해 회선을 확보한 것이라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가 제공한 회선은 중국에서 전화를 걸더라도 발신자 전화번호가 서울(02)로 떠 수신자를 속이는 데 유용하다.
S사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인 회선의 가입자를 확인해 달라는 공문을 받고서 가입자가 무등록 업자인 사실을 확인했지만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는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요청 공문을 발송한 사실을 가입자에게 알려줘 회선 사용을 일시 정지한 뒤 다시 쓰게 하기도 했다”며 “불법 영업을 눈감아 준 것은 물론 범죄 가능성을 알고도 방관한 셈”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