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영화人] 계산하지 않는 배우 ‘공유’

[Ki-Z 영화人] 계산하지 않는 배우 ‘공유’

기사승인 2010-12-04 13:00:00

"[쿠키 영화] ‘로맨틱 가이’ 공유(32)가 돌아왔다. 지난 2007년 화제를 뿌리며 종영했던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이하 ‘커프’)에서 커피숍 사장 ‘최한결’ 역으로 여심을 두드렸던 그가 오는 9일 개봉하는 영화 <김종욱 찾기>로 3년 만에 대중과 만난다.

그의 스크린 복귀가 반가운 이유는 인기 드라마 ‘커프’를 종영하자마자 꽉 찬 나이로 인해 곧바로 군에 입대해 2년 동안 볼 수 없었고, 좋은 시나리오를 찾아 고심하다가 <김종욱 찾기>로 인사하기까지 약 1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간의 공백에 대해 초조하거나 긴장하지 않았다. 연기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잠시 쉰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뿐이란다.

“군대에 있는 동안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지만 한 번도 초조하거나 불안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예계로 돌아가면 환대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는 아니고요. 전 데뷔한 후 한 번도 제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존재가 될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해 억지로 연기한 게 아니라 제 스스로 기쁘고 즐거워서 연기를 했거든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제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대중은 또 다시 저를 기억해주실 거라 믿고 기다렸습니다.”

작품을 기다릴 줄 아는 인내의 미덕과 끼를 언제든지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굳건한 믿음이 지금의 공유를 만들었다. 배우이자 연예인으로 사는 인생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있었던 찰나, ‘커프’를 만났다. ‘커프’는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졌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던 ‘중고 신인’ 공유를 스타 반열에 올려준 작품이다. 신명나게 놀만한 ‘무대’가 필요했던 그에게 ‘커프’는 맞춤형 작품이었다. 이기적인데다 자기 멋 대로인 여느 부잣집 도련님이 아닌 경제적 부를 가졌으나 부드럽고 포근한 ‘최한결’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어줬다.

이번에는 스크린 대표작을 만들기 위해 나선다. 뮤지컬 원작을 각색한 로맨틱 코미디 <김종욱 찾기>다. ‘바른 말’만 하는 꽉 막힌 여행사 직원이었다가 첫사랑 찾기 1인 사무소를 개업하는 ‘한기준’ 역으로 사랑의 환상에 목말라했던 관객에게 아련한 추억을 심어준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남자, 군대를 다녀온 남자배우들이 통과의례처럼 야수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거친 남자’ 캐릭터를 주로 찾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의외의 선택이다. 인위적으로 꾸며진 이미지가 아닌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의 속내가 반영된 결과다.

“제대하고 나서 ‘왜 이렇게 안 나오냐’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난 몇 개월 동안 저도 작품 선택을 하느라 신중하게 고민했죠. 그런데 신경을 쓰면 쓸수록 어떤 작품에 출연해야 할지 정확한 판단이 서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이번 작품만 하고 배우 생활 그만 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심각할까. 편하게 하자’ 생각한 뒤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게 됐고,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게 됐죠. 이후 <김종욱 찾기>를 만나게 됐고, 뮤지컬은 못 봤지만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서 주저 없이 선택하게 됐고요. 군대 다녀온 배우들이 수컷 냄새가 나는 느와르나 스릴러 장르를 주로 도전하죠. 아마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연기파 배우’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색하게 꾸미고 싶진 않았어요. <김종욱 찾기>는 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편안한 영화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종욱 찾기> 출연을 결정하고 난 뒤 곧바로 임수정의 합류 소식을 들었다. 3년 전 열애설이 터져 껄끄러울 법도 하건만 “우린 그냥 친한 사이”라고 말한 과거처럼 여전히 좋은 동료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연인 호흡을 맞추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공유는 임수정이 합류하지 않았다면 ‘서지우’ 캐릭터도 <김종욱 찾기>도 색깔을 잃었을 것이라며 그의 존재를 추켜세웠다.

“임수정은 친구 사이를 떠나 좋은 배우예요. ‘서지우’ 캐릭터에 임수정을 대입해 보니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로맨틱 코미디에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배우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신선한 느낌을 주는 배우로 인식될거라 믿었고요. 3년 전 설에 불과했던 이야기 때문에 출연하고 싶은 작품을 마다한다는 건 말이 안 되죠. 배우들끼리는 서로에 대해 탐색하는 일종의 ‘기 싸움’을 하기 마련인데 (임)수정이는 첫 날부터 편안하고 포용적 자세로 대해줘서 고맙기도 했고요. 연기하는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호흡이나 시각, 판단력 등이 감독들이 왜 임수정을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게 됐고요. 오랫동안 연기에 손을 놓고 있던 저에게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친한 친구이자 동료와 손발을 맞추다보니 연기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를 괴롭힌 것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달콤한 사랑의 여운을 주면서도 간간이 실소를 터지게 만드는 웃음도 녹여내야 한다. 웃기면서도 어색하지 않아야 하는 난제를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야 한다.

“작품을 찍으면서 생각한 것은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내는 코미디 영화는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연기로 표현하긴 어려울 거라는 걱정은 했지만 이렇게 힘들 줄 몰랐거든요. 시나리오만큼 유쾌하고 재밌게 표현되면 좋겠는데 관객이 보시기에 어떻게 평가하실지 걱정되네요. 로맨틱 코미디니 사람들이 웃겠다는 계산을 하고 연기하지 않았습니다. ‘배우가 잔재주 부렸다’ 말은 듣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죠.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칭찬 받을 순 없겠죠. 49% 대 51% 정도로 제 연기를 좋아하시는 분과 싫어하시는 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이번 영화, 성공적으로 찍었다고 봅니다.”

<김종욱 찾기>에서 공유는 계산하지 않는 연기를 했다. 2대8 가르마를 탄 결벽증에 가까운 ‘한기준’ 역을 맡아 어눌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억지스럽지 않다. 반듯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주로 좋아했던 팬이라면 망가진 모습(?)에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으나, 연기 자체는 자연스럽다. 공유의 멋스러움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실망하기엔 이르다. 영화에서 군데군데 도시 남자로서의 매력이 묻어난다. 뮤지컬 무대 감독 ‘서지우’(임수정)가 과거 인도에서 만났던 첫 사랑 ‘기준’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짧게 수염을 기른 ‘매력남’ 공유를 만날 수 있고, 부드러운 미소로 여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어리보기 ‘한기준’과 차도남 ‘한기준’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재미가 <김종욱 찾기>에 담겨 있다. 공유는 인도에서의 촬영이 가장 힘들었고, 잊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인도는 워낙 날씨가 덥고 습해서 연기하는데 힘든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더라고요. 로맨틱한 장면을 계속 연출해야 하는데 날씨가 더워서 어떻게 끝냈는지 생각나지 않았어요. 그래도 가장 고생하면서 찍은 장면이라 그런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앞만 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 덧 연기 경력 10년차의 배우가 됐다. 삼십대 문턱을 지나 서른두 살에 선택한 <김종욱 찾기>는 공유에게 있어 인생 2막장을 여는 첫 작품이 됐다.

“그동안 공백기를 빼면 <김종욱 찾기>는 저를 발견하고 알아가는 의미에서의 새 출발이에요. 삼십대에 처음 선보이는데 의도적으로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건 아니고요. 그래서 너무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은 내용의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관객이 보기에 편안한 작품이 되면 정말 좋겠네요.”

그렇다면 공유는 <김종욱 찾기>를 통해 기억 속에 오래 각인되는 사랑의 존재를 믿게 됐을까.

“전 운명적 사랑을 믿는 게 아니라 운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하는 쪽이에요. ‘서지우’처럼 저도 첫사랑을 찾고 싶다거나 이루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첫사랑은 그저 첫사랑으로 남겨두고 싶습니다. ‘내 사랑은 어디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 <김종욱 찾기>를 보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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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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