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동료들과 언쟁을 벌인 게 화근이 됐다. 동료들은 “그녀가 ‘예수는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는데 마호메트는 무엇을 했는가’라고 말했다”며 이슬람 성직자에게 신고했다. 동료를 비롯한 주민들은 그녀를 집단 구타했고, 결국 그녀는 ‘신성모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고 지난달 8일 지방법원에서 파키스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신성모독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노린으로 인해 파키스탄에선 신성모독죄 존폐에 대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인터넷판에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성모독법은 전 파키스탄의 독재자 지아 울 하크가 1980년대 중반 이슬람 성직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만들었다. 이슬람교를 훼손하는 표현에 대해 최고 사형 선고까지 내릴 수 있다. 법안이 마련된 후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962명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19명이 기독교인이다. 대부분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지만 10명은 옥중에서 재소자 등에 의해 맞아 죽었다. 노린이 사형 선고를 받자 인권단체와 국제사회는 신성모독법이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그의 석방을 요청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남아시아 지부 알리 하산 다얀 수석 연구원은 “신성모독법은 소수 종교인과 이슬람 이외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핍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노린은 지난달 24일 석방됐다. 파키스탄 헌법은 사형 선고를 받은 형사범의 경우 자신의 판결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경우 대통령에게 자신의 결백을 호소할 수 있다. 서방 압력을 받던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은 노린의 사형을 집행하지 않도록 명령한 것이다. 진보적 정치인인 셰리 레흐만 의원은 신성모독죄 관련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자르다리 대통령도 소수족 장관들과 함께 법안 수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에도 노린의 앞날은 밝지 않다고 타임은 전망했다. 그의 석방 결정을 두고 이슬람 정당들은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회부했다. 노린이 살던 지역 주민들은 국가가 그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법대로 처단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슬람 정당들은 “만일 이 법에 손을 댄다면 통치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