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인기 걸 그룹 에프엑스의 빅토리아를 쏙 빼닮은 외모로 화제를 모은 신인가수 한소아(26·본명 박소아). 실제로 만나보니 긴 생머리에 반달 같은 눈 모양, 잘 자리 잡은 코와 입이 빅토리아 여동생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빅토리아 도플갱어’ 한소아는 밝은 성격에 앳된 외모를 가졌지만 7년 전부터 가요계 문을 두드려온 ‘중고 신인’이다. 3인조 걸 그룹이 그의 첫 출발이었다. 여느 소속 가수처럼 연습실에서 매일 구슬땀을 흘리며 각고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길은 그에게 열리지 않았다. 내부 사정상 걸 그룹 데뷔가 무산됐고, 이후 끝없이 방황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음악을 향한 그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이름 없는 가이드 가수로 살았지만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한 두 해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입을 거쳐 간 노래가 쌓여갔다. 그가 가이드 가수로 살면서 부른 곡이 250개가 넘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우연히 드라마 O.S.T와 인연을 맺게 되면서 MBC 드라마 ‘나쁜 여자 착한 여자’ O.S.T ‘사랑 그만큼’ ‘나쁜여자’ SBS 시트콤 ‘달려라 고등어’ O.S.T ‘플라이’(Fly)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 O.S.T ‘기도’, MBC 드라마 ‘내 곁에 있어’ O.S.T ‘왜 나를’ KBS 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 파트2’ O.S.T ‘태클을 걸지마’ SBS 드라마 ‘사랑해’ O.S.T ‘아이 러브 유’(I Love you) ‘마요네즈’ 등 다양한 작품에서 목소리로 존재를 뽐냈다.
드라마 O.S.T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으면서 지난해 마야, 김기욱, 썸데이, 제이큐, 데이라이트, 맥, 조이가 참여한 캐롤송 ‘크리스마스의 기적1’을 부르게 됐고, 지난 3월에는 MC 한세와 호흡을 맞춘 노래 ‘믿겨지지 않는 이야기’로 잔잔한 호응을 얻었다. 오랜 마음고생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처음에는 걸 그룹 멤버가 될 생각으로 가요계에 뛰어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무산되면서 ‘아 내가 가야할 길은 과연 무엇인가’ 고민을 많이 했죠. 소속사 및 매니저로부터 사기도 여러 번 당해봤고, 다양한 스타일의 사람과 일하면서 배신과 상처도 얻었죠. 그러면서 어느덧 20대가 됐고, 덧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하나 변하지 않는 게 있더라고요.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면서 제가 얼마나 노래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알게 된 거죠. 그 뒤로는 소속사에 의지하지 않고 제 힘으로 가수 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지금은 홀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이겨내고 있어요.”
가이드 가수이자 드라마 O.S.T 가수로 사는 인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달팠다. 특히 일정한 수입이 없어 먹고살 걱정이 가장 컸다. 그렇지만 안락한 생활과 타협할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노래만 부른다”는 일념으로 견뎌냈다. 낮에는 인터넷 의류 쇼핑몰 모델로 밤에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2모작 인생을 몇 년 동안 살았다.
한소아는 겉으로 보기에도 실력이나 외모가 출중해 좋은 소속사에서 꿈을 펼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실제로도 길거리 캐스팅을 여러 차례 받아 봤고, 러브콜을 보내는 매니지먼트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소속사의 지시에 따라 팔기 위한 음악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홀로 가요계에 뛰어든다는 게 험난하고 굴곡진 여정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지만 떳떳한 음악을 내놓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난달 출시한 디지털 싱글 ‘어쩌면’이다. 십시일반으로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 재킷과 화보를 촬영했으며,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샤이니 랩선생’ 제이큐로부터 프로듀싱을 받아 앨범을 완성시켰다. 적은 돈으로 소박하게 완성된 앨범이지만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를 넣었기에 수억 원을 들인 어떤 앨범보다 값지고 소중하다.
“노래 ‘어쩌면’과 ‘캔 유 필 마 뮤직’(Can you feel ma music)은 대중가수로서는 처음으로 제가 만든 곡이에요. ‘어쩌면’은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안타까운 내용의 곡이죠. ‘캔 유 필 마 뮤직’은 임정희 선배의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Music is my life)처럼 음악에 대한 제 느낌을 담은 노래예요. 부족한 부분은 제이큐 오빠가 다듬어줘서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하게 나온 것 같아요. 누가 제 노래를 듣고 ‘대중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잘한 노래’라고 평해주셨더라고요. 그 글을 보니까 그동안의 설움이 한번에 다 사라지는 것처럼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어쩌면’은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싸이월드 BGM 차트 상위권에 머물렀을 정도로 ‘진정성’이 통했다. SBS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 O.S.T에 이어 2위에 오를 만큼 주목을 받았다. 상위권에는 ‘슈퍼스타K2’ 출신 가수들의 노래가 다수 올라가 있어 한소아도 “슈퍼스타K2 출신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앨범을 지인에게 주면서 ‘제 첫 앨범이에요’ 말했더니 ‘이제 정말 가수가 된거냐’ 말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아 7년 만에 내 이름을 걸고 내는 앨범다운 앨범이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말 안 돼도 이렇게 안 될 순 없다’ 절망했던 순간이 참 많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성숙을 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이라도 이렇게 제 노래를 부를 수 있어 행복합니다.”
지금껏 그랬듯 한소아가 나아갈 방향은 ‘영혼을 담은 노래’를 하는 것이다. 여느 가수도 흉내낼 수 없고 따라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게 그의 목표다.
“뻔한 발라드나 댄스가 아닌 저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얼반 소울 장르를 바탕으로 남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색깔을 통해 울림을 줄 수 있는 음악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이수영, 요조, 인순이 이렇게 이름만 대면 각 뮤지션의 음악 색깔이 떠오르잖아요. ‘한소아’를 떠올릴 때 ‘아 이런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비록 늦은 시작이지만 한 단계 한 단계 차근히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지켜봐주세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