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반쪽’. 올해 가요계 시상식을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는 가요 시상식의 케케묵은 병폐를 꼬집는 가장 적절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올해도 여전히 ‘반쪽’ 시상식이 성행했다. 별들의 향연이 ‘반쪽’이 된 이유는 ‘몰아주기’ ‘제 식구 챙기기’ ‘수상자 명단 유출’ 등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쪽’ 여파는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거세게 몰아쳤다. 수상자가 발표되면 으레 공정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라 해당 가수는 제대로 된 격려와 박수를 받지 못한 것이다.
비난과 항의가 끊이지 않으면서 축제를 즐기는 여유마저 사라졌다. 난제를 만난 것처럼 엉킨 매듭을 풀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2010 가요계 시상식’. 논란으로 물들었던 별들의 잔치를 짚어봤다.
◇국내 첫 해외 개최 ‘MAMA’…노력은 ‘가상’ 결과는 ‘씁쓸’
첫 출발은 ‘MAMA’가 끊었다. ‘MAMA’는 ‘2010 Mnet Asia Music Awards’의 줄임말로, 케이블 채널 ‘슈퍼스타K2’로 브라운관을 휩쓴 엠넷미디어에서 주최한 행사다. 음악 전문 채널 경영과 더불어 가요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 진행, 굵직한 음악 시상식을 해온 노하우가 있어 ‘MAMA’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특히 국내 가요 시상식으로는 처음으로 해외인 중국 마카오에서 개최해 ‘MAMA’의 전신이자 국내 시상식에 불과했던 ‘MKMF’(Mnet KM Music Festival)에서 한 발짝 나아가 아시아를 아우르는 ‘아시아 페스티벌’로의 비상을 시도했다. “‘MAMA’에 참석한 아티스트는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엠넷미디어의 방침답게 이날 행사가 열린 마카오 베네시안 호텔은 화려한 볼거리와 무대 퍼포먼스로 가득 찼다.
하지만 결과는 금액 대비, 노력 대비 아쉬운 점이 많았다. “올해는 투자의 단계”라며 아낌없이 4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공정성 논란’이 여전히 숙제로 남은 것이다. 첫 삐거덕거림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동방신기, 보아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가 Mnet ‘엠카운트다운’의 순위 결정에 대한 불만을 이유로 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을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올해 큰 활약을 펼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보아까지 줄줄이 참석이 불가피해지면서 ‘MAMA’로 K-POP 명맥을 이으려는 스타 라인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자연스럽게 수상은 대형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YG는 2NE1으로 ‘올해의 앨범상’ ‘올해의 가수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성 그룹상’ ‘뮤직비디오 작품상’ ‘베스트 디지털 싱글’(멤버 박봄)을 차지했고, 빅뱅의 태양은 ‘남자 가수상’ 솔로 여가수 거미는 ‘베스트 보컬 퍼포먼스 솔로 부문’ 수상 등 주요 부분에서 상을 휩쓸어갔다. JYP도 SM의 부재로 쏠쏠한 이득을 챙겼다. 올해 데뷔시킨 걸 그룹 미쓰에이로 ‘올해의 노래상’ ‘여자신인상’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여자 부문’을 거머쥐었고, 2PM은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 ‘남자 그룹상’ ‘신라면세점 아시안 웨이브상’으로 각각 3관왕에 올랐다.
YG와 JYP의 ‘몰아주기’ 시상이 논란이 되는 것은 이들이 엠넷미디어와 음반 유통 관계를 맺고 있는 사업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즉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 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에서 ‘MAMA’의 공정성 논란은 고질병처럼 매년 지적되고 있다.
‘아시아 시상식’이라는 타이틀도 무색해졌다. K-POP 스타에게 몰아주기 시상식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아시아 뉴 아티스트상-아이미, 베스트 아시아 아티스트상-장지에), 일본(베스트 아시아 팝 아티스트상-퍼퓸, 베스트 아시아 그룹 남자상-케미스트리) 등 일부 나라에 한정돼 있어 ‘아시아 시상식’이라는 명패가 부끄럽게 됐다.
◇‘골든디스크’는 SM 챙기기
‘MAMA’가 YG를 챙겼다면 ‘골든디스크’는 SM의 잔치였다. 지난 9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제25회 골든디스크’에서 SM은 MSN 아시아 인기상(슈퍼주니어)을 비롯해 디스크 부문 본상(샤이니,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보아), 쎄씨 인기상(소녀시대, 샤이니)까지 제작자상과 공로상을 제외한 총 20개의 트로피 중에서 40%에 해당하는 8개를 안겨줬다.
‘MAMA’가 YG 2NE1에게 5관왕을 씌워 줬고, 불참한 SM에게는 상을 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골든디스크’는 오랜 식구인 SM와 손잡고 소녀시대에게 대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소녀시대는 ‘디스크 부문 대상’ 수상으로 6년 만에 여가수가 대상을 거머쥐는 새 신화를 썼다. 이외에도 ‘쎄시 인기상’과 ‘디스크 부문 본상’까지 3관왕에 올랐다. 불참한 2NE1은 손에 한 개의 트로피도 안지 못했다.
‘MAMA’와 SM의 관계처럼 ‘골든디스크’와 YG도 냉전 중이다. YG 소속 가수들은 사업적 파트너인 ‘MAMA’를 택하면서 경쟁 시상식인 ‘골든디스크’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됐다. 이로써 ‘골든디스크’의 SM 챙기기는 매년 굳어져가고 있다. YG는 올해로 벌써 3년째 ‘골든디스크’에 불참하고 있다.
국내 대형 가요 시상식이 대형 기획사의 힘겨루기에 밀리며 공정한 시상식 문화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음반 유통과 관련된 사업 이익이 맞물리고 있어 쏠림 현상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긴장감 없는 ‘MMA’…명단 유출되는 오점 남겨
‘2010 Melon Music Awards’(이하 ‘2010 MMA’)는 시상식이라기보다는 음악 행사에 가까웠다. 시상식이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인 ‘긴장감’과 ‘비공개’라는 두 가지 영역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서울 회기동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은 가수의 자리를 배치할 공간이 부족해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호명되면 나오는 형식으로 전개돼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가수도 수상 여부를 알고 등장해 뛸 듯이 좋아하는 생동감 넘치는 표정이나 환호하면서 얼싸안는 모습 등도 연출될 수 없었다. 오히려 축하 퍼포먼스가 더 돋보여 “시상식이 아닌 음악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0 MMA’는 ‘나눠주기’ 시상으로 ‘몰아주기’를 보였던 ‘MAMA’ ‘골든디스크’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물론 ‘2010 MMA’가 ‘나눠주기’ 시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거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이었기에 가능했다. 멜론은 SK텔레콤이 진행했던 유·무선 음악 서비스로 현재 로엔이 이어받아 운영하고 있다. 멜론은 국내 온라인 음원 포털 서비스 1위를 달릴 만큼 거대 사이트가 됐다. 음원 시장의 급속 성장에 따라 국내 1위 사이트 ‘멜론’은 어느 가수도 무시할 수 없는 ‘막강 권력’이 된 것이다.
하지만 ‘나눠주기’도 논란이 됐다. 시상식 직전에 수상자 명단이 공개되는 크나큰 우를 범한 것이다. 생방송 진행 직전 ‘멜론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 명단이 유출되면서 상을 거머쥘 가수를 미리 알 수 있었던 것.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현장 상황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되는 ‘네티즌 인기 배틀상’도 슈퍼주니어로 내정돼 있었다. 이외에도 잦은 방송사고 및 배우 송중기의 반말 진행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지상파 3사 가요 시상식이 폐지됐던 가장 큰 이유도 이러한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열렸던 가요 시상식으로 인해 방송사, 소속사, 가수 간의 알력이 생겨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것. 소속사간 힘겨루기도 문제가 됐다. 빈익빈부익부처럼 힘 있는 대형 기획사는 유리한 위치에 올라갔고, 나약한 소속사 가수는 명단에도 오를 수 없었다.
K-POP의 수준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제 이들의 노고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시상식이 생겨나야 한다. ‘밥 그릇 싸움’에 휘둘리지 않는 투명한 기구가 주최자로 나서서 ‘반쪽’ 꼬리표를 떼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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