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박해일 “연기 점점 어렵다…‘심장이 뛴다’ 진통 끝 탄생”

[쿠키人터뷰] 박해일 “연기 점점 어렵다…‘심장이 뛴다’ 진통 끝 탄생”

기사승인 2011-01-14 10:24:00

"[쿠키 영화]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연기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기 어렵다. ‘연기파 배우’라 함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혼이 담긴 연기를 해야 하고, 각고의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뼈를 깎는 노력이 선행되고 나서야 대중은 그에게 ‘연기파 배우’라는 별명을 안겨준다.

박해일은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 몇 안 되는 배우다. 매 작품마다 색다른 인물이 돼 관객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반가운 손님같은 존재다. <국화꽃 향기>에서는 비극적 사랑에 아파하는 ‘서인하’로 눈물을 남겼고, <살인의 추억>에서는 비열한 도망자 ‘박현규’로 시선을 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연애의 목적>을 통해서는 육체를 탐닉하는 욕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괴물>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고, <모던보이>에서는 경성을 누비는 멋쟁이였다가 한 여자에게 올인 하는 ‘이해명’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10억>에서는 인간의 단상을 보여주는 ‘한기태’로 정교하게 다가왔다. 강우석 감독의 <이끼>로는 330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며 티켓 파워를 과시했다. 그리고 또 다시 옷을 갈아입었다. 지난 5일 개봉해 2주차 만에 50만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심장이 뛴다>에서 양아치 ‘이휘도’로 스크린을 날카롭게 가르고 있다.

“작품을 할 때마다 변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작업하지 않아요. ‘휘도’라는 인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동네 양아치잖아요. ‘과연 이휘도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갔죠. 그런데 이런 일상적 캐릭터가 연기하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몰라 감독님과 상의도 자주 했고요. 단순 무식한 캐릭터라도 사람다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했거든요. 초반에 방황하다가 연기를 하면서 점점 ‘휘도’라는 인물과의 접점을 찾아갔죠.”

연기 경력 11년차에 접어든 박해일이지만, 매번 접하는 캐릭터가 고통의 시작이자, 자신과의 혈투였다고 토로했다. 1년 동안 공을 들인 <심장이 뛴다>는 마치 출산의 고통처럼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12월 31일에 <심장이 뛴다>를 처음 만났어요. 그렇게 1년을 기다리면서 작업을 한 거죠. 제가 산고를 느낄 수 있는 성별도 아니고, 감히 그 고통을 표현할 수 없지만 기간으로 따지면 한 번 출산한 셈이잖아요. 그만큼 힘들었다는 표현이기도 하고요. 연기할 때마다 느끼는 건데, 단 한 번도 수월하게 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고민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작품마다 성격이 다르고, 감독님도 추구하는 바가 다르고요. 어떤 목표를 갖고 달려가야 하는지 가끔 혼돈스러울 때가 있어요. 밑도 끝도 없이 계속 달려야 하거든요. 한순간에 타오르는 스타보다 오랜 생명력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기에 늘 고민이 됩니다.”



<심장이 뛴다> 윤재근 감독의 말에 의하면 박해일은 연기를 하면 할수록 내면의 색깔을 많이 끄집어내는 배우다. 테이크를 길게 가면 갈수록,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연기가 풍부해진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박해일은 지난해 여름날을 ‘휘도’처럼 치열하게 살았다.

“머릿속으로 그려놓은 상황이 연기를 하게 되면 달라질 때가 있어요. 정해 놓은 감정선은 크게 변하지 않는데 현장 상황에 따라 약간씩 변하는 거죠. 상상했던 그림이 현장에서는 느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탁’ 하고 뭔가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난관에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죠. 대본으로 봤을 때에는 쉽게 이해가 되고 풀렸는데 현장에 가면 그림이 뒤엉켜버릴 때가 있어요. 반대로 정말 어렵겠다고 걱정했는데 슛이 들어가면 눈 녹듯 사르르 풀릴 때도 있고요. 연기, 참 알다가도 모르겠네요(웃음).”

박해일이 맡은 ‘휘도’는 육두문자를 밥 먹듯이 날리는 양아치 캐릭터라 걸걸한 말투는 기본이었다. 거친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고 털어놨다.

“어떤 장면에서 이렇게 해야지 설정한 것은 아니에요. 연습을 하지도 않았고요. 내 입에서 튀어나왔을 때 캐릭터에 맞는 단어나 문장이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몰입했죠. 입에 착 붙지 않는 단어는 빼기도 했어요. 말투나 언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연기했던 건 캐릭터의 정서를 어떻게 표현 하느냐였죠.”



<심장이 뛴다>를 찍으면서 그의 가슴에는 ‘어머니’라는 세 글자가 떠올랐다고 한다. ‘휘도’는 심장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심장이 필요한 ‘연희’(김윤진)를 만나면서 모르고 있었던 어머니의 참 모습을 알게 됐고, 그의 존재감에 대해 서서히 눈을 떠간다. 가슴 진한 모성애를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존에 계신 모친에 대한 사랑이 그리웠다고.

“‘이렇게 험하게 몰고 가도 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휘도’가 어머니를 대하는 태도는 일반적이지 않죠. 그러다가 모든 오해가 풀리면서 어머니를 간절하게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그걸 찍을 때 울컥했어요. 저도 한 아이의 부모이자 자식이라서 어떤 마음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감이 왔다고 할까요. 모친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심장이 뛴다>로 신묘년 새해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박해일은 작품의 장르를 가리지 않고 ‘유연하게’ 연기에 임할 것임을 밝혔다.

“가끔 연극 무대가 그립긴 해요. 지난 2007년 ‘대대손손’이 마지막 연극 작품이었는데요. 연극뿐만 아니라 드라마든 영화든 장르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매 작품 유연하게 작품을 바라보고 싶어요. 어떤 장르의 작품이든 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면 충분하죠. 한 마디로 땡기면 콜입니다!(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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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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