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26~27일 전국의 전입 6개월 이하 전·의경 4581명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8%인 365명이 피해 신고를 했다. 경찰은 28일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사안의 경중에 따라 관련자를 징계하거나 형사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타·가혹행위는 피해자(후임) 1명에 가해자(선임)가 여럿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번 일제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가해자는 수백~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대규모 처벌과 징계, 일부 부대 해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역한 사람이라도 심각한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의 선임들은 가해자로 지목될까봐 떨고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의 한 수경은 “다들 몸조심을 하려고 애쓴다”며 “그저 전역할 때까지 ‘조용히 있다 나가자’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송파서의 한 수경도 “예전에 있던 부대에선 선임들이 후임에게 아무 것도 시키지도 않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는 상황이고 이미 나간 사람도 불안해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구타·가혹행위를 방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승진 누락뿐 아니라 직업 자체를 잃을 수도 있는 부대 지휘 경찰관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서울의 한 방범순찰대 부소대장은 “대원들에게 조심하자고 말하고는 있지만 때를 잘못 만나면 한순간에 잘릴 수 있어 무섭다”고 말했다.
조사 방식에 불만을 나타내는 선임들도 있었다. 동대문서의 한 수경은 “이런 소원수리를 악용하는 후임이 있으면 선임만 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성동서의 한 상경은 “구타를 없앤다고 너무 즉흥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이제 후임 교육도 안 되고 전우애도 없어져 군대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전·의경 부모들에게 서한을 보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조 청장은 A4용지 3쪽짜리 편지에서 “(연이어 발생한 사건에) 매우 참담한 기분”이라며 “이번 사건을 경찰 조직의 명운을 좌우하는 중대사안으로 규정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천지우 김수현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