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김보경은 되고 허각은 안 되고? ‘슈스케2’ 출신의 ‘명암’

[Ki-Z issue] 김보경은 되고 허각은 안 되고? ‘슈스케2’ 출신의 ‘명암’

기사승인 2011-02-12 13:02:00

[쿠키 연예] 케이블채널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2’(이하 ‘슈스케2’) 출신 여가수 김보경이 지상파 음악 무대에 섰다. 지난 11일 KBS 2TV ‘뮤직뱅크’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으며, 오는 13일 SBS ‘인기가요’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김보경의 지상파 음악 무대 데뷔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슈스케2’ 출신 최초이기 때문이다. 김보경의 지상파 데뷔는 134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허각도 준우승자 존박도 아직 못 넘은 문턱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김보경, ‘슈스케2’ 출신으로 데뷔 앨범도 최초

김보경은 실력이 뛰어났지만 운이 부족했던 가수 지망생이었다. 지난해 8월 ‘슈스케2’에 출연해 켈리 클락슨의 ‘비코즈 오브 유’(Because of you)를 부르며 베테랑 가수이자 심사위원인 엄정화의 눈물샘을 자극했을 만큼 뜨거운 울림을 보여줬지만, 경쟁자 김그림에게 밀려 본선행인 TOP11 진출이 좌절됐다. TOP11 정도에는 올라가야 여러 소속사로부터 가수 데뷔 러브콜을 받을 확률이 컸기에 본선행 좌절은 김보경에게 커다란 시련이 아닐 수 없었다. 탈락 소식을 접하고 집에 틀어박혀 이틀 동안 펑펑 울었다던 김보경의 고백에서처럼 가수 생명도 그렇게 끝이 나는 듯 했다.

하지만 감수성을 자극하는 뛰어난 노래 실력은 결국 인정받았다. 존경에 마지않는다던 켈리 클락슨이 소속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를 비롯해 몇 군데 소속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이다. 고심 끝에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 둥지를 튼 이후 탄탄대로를 달리게 된다.

숨 막히는 경쟁 대신 자신의 실력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음반을 출시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그를 알려준 노래 ‘비코즈 오브 유’로. 곧이어 지난달 24일 데뷔 미니 앨범 ‘더 퍼스트 데이’(The first day)를 내놓게 됐다. 이것도 ‘슈스케2’ 출신으로서는 최초의 데뷔 앨범이다. 물론 허각이 우승 혜택 중 하나로 지난해 11월 ‘언제나’를 내놓았으나, 디지털 싱글에 불과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데뷔 앨범은 아직 발표하지 못했다.

◇김보경의 지상파 데뷔 왜 화제?

김보경의 지상파 입성이 왜 화제를 모으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슈스케2’ 출신 최초라는 점이다. ‘슈스케’ 출신 가수들은 여느 신인가수들과 비교해 지상파 음악 무대에 서기 상대적으로 어렵다.

‘슈퍼스타K’의 높은 인기 후폭풍 때문이다. 금요일 심야 시간대를 초토화시킨 ‘슈퍼스타K’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지상파 프로그램을 위협하는 케이블 최초의 프로그램이 되면서 KBS, SBS, MBC 방송3사가 바짝 긴장했다. MBC가 부랴부랴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내놓게 된 것도 ‘슈퍼스타K’의 솟구치는 인기를 잡기 위해서다. 따라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도 자신에게 큰 이득이 되지 않는 ‘슈스케’ 출신 가수들을 굳이 섭외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슈스케’ 출신들은 설 자리를 잃어 갔다.

그렇다면 김보경은 어떻게 ‘지상파 음악 무대’라는 철옹성을 뚫게 됐을까. ‘슈스케2’ 출신이라는 명함을 조금씩 지우며 ‘가수’ 이미지로 승부했기 때문이다. 특히 Mnet의 품을 떠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에 합류하면서 뮤지션의 이미지를 차근히 만들어갔다. 신인 가수의 데뷔 앨범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유명 작사·작곡가의 곡으로 거의 다 채워진다. 하지만 김보경과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의 선택은 달랐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김보경에게 “뮤지션으로 키워주겠다”고 약속했고, 김보경은 소속사에 자작곡을 내밀었다. 그리하여 데뷔 앨범에서 김보경이 작사·작곡한 노래 ‘널 생각하며’를 수록할 수 있었다.

노래 실력과 인기도 한 몫 했다. 노래 ‘비코즈 오브 유’를 통해 보여준 폭발적 가창력에 데뷔 앨범 타이틀 곡 ‘하루하루’로 감미로운 음색을 선사했다. 노래 ‘하루하루’는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악 사이트 차트 1위를 석권했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김보경은 되고 허각은 안 되고?

‘슈스케2’ 우승자인 허각도 물론 실력이 뛰어나고,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현재 Mnet의 품에 있어 지상파 벽을 뚫기 어렵다. 지상파가 자신들을 위협하는 케이블의 핵심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가수를 무대 위에 세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허각이 새 소속사를 정해 Mnet의 둥지를 떠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나보기 어려울 듯 하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김보경도 자유롭지 못하다. 바로 MBC ‘위대한 탄생’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뮤직뱅크’와 ‘인기가요’ 무대에는 입성했으나 MBC는 뮤직비디오만 공개됐을 뿐, 정작 ‘음악중심’의 데뷔 무대는 무산됐다. ‘위대한 탄생’의 영향이 적잖이 작용했다.

‘위대한 탄생’은 제작 과정부터 ‘슈스케 아류’라는 오명을 얻으며 출발했다. 최근 들어 본선 과정이 공개되면서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으나 ‘슈스케’와 수시로 비교되면서 상처를 받아왔다. 더구나 ‘위대한 탄생’ 최종 우승자는 MBC의 관리 하에 가수로 성장한다는 혜택이 주어짐에 따라 자사의 음악 프로그램 ‘음악중심’에는 ‘위대한 탄생’ 출신 인재들을 세우게 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계획에 따라 ‘슈스케2’ 출신의 김보경에게 내어 줄 자리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허각이 Mnet을 떠난다면 곧바로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 아마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걸 그룹 쥬얼리의 멤버로 중간 합류한 ‘슈스케’ 시즌1의 출신 박세미도 스타제국과 계약해 연습 기간을 거쳐 정식 가수로 데뷔하기까지 7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슈스케’ 출신 가수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돌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내는 보석으로 쪼개지기 위해서는 시간적·물리적 여유가 필요하다. 허각도 목소리를 갈고 닦고 무대 매너를 습득하는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방송사 간의 신경전에 의해 선의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슈스케’ 출신들. 실력을 갖춘 ‘슈스케’ 출신들을 위한 진정한 음악 프로그램은 언제쯤 존재할 수 있을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