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어느 관객이 뮤지컬 ‘미션’에 대해 인터넷 게시판에 “뮤지컬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가 아닌, 방송에서 나오는 외국인 재연배우들의 모습을 봤다”는 글을 남겼다. 아무리 ‘졸작 뮤지컬’이라도 해도 이정도 평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더구나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참여했고, 무려 12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 아니던가.
그러나 뮤지컬에 대한 혹평은 끊임없이 쏟아졌다. 1막만 보고 나왔다는 관객부터, 공연의 질에 따라 환불제도가 정착되어야 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탈리아 뮤지컬 제작사가 한국 관객을 우습게 봤다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평가를 뒤로하고 지켜본 뮤지컬 ‘미션’은 뮤지컬이라기보다는 음악극에 가까웠다. 애시당초 음악극이라고 홍보를 하며, 관객들과 만났다면 모를까 뮤지컬이라고 지칭하고 무대에 오른 것이 무모해보일 정도였다.
뮤지컬은 수많은 대사들만 존재할 뿐 별다른 안무도 없다. 배우들의 움직임도 딱딱했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라니 족과 군인들의 전투 장면은, 긴장감보다는 헛웃음이 나왔다.
또 거대한 무대와 배우들의 동선이 혼재되어 관객들의 시선을 흩어 놨다. 그나마 볼만한 대형 무대 장치는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배우들과 어울리기에는 이질적이었다. 이런 단점들은 서로 결합되어 거대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적절히 활용하지도 못한 채, 도리어 중극장 느낌의 공연을 이어나갔다.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논란이 되었던 녹음 음악도 관객들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오케스트라 라이브 대신 유럽에서 오케스트라 90여명과 코러스 150여명이 참여한 녹음 음원은 이미 현장에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웅장한 사운드에 익숙해진 국내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음향의 불안정한 조절도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공연이 끝난 후 귀속에 맴도는 것은 원래 영화에 삽입된 모리코네의 ‘가브리엘 오보에’뿐이다. 무대가 끝난 후 진행된 커튼콜에 관객들이 박수를 보낸 것은 뮤지컬 (이라기보다는 음악극) 에 대한 평가가 아닌 ‘가브리엘 오보에’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VIP석이 2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뮤지컬에서 이 곡 하나를 듣기 위해 앉아 있기에는 곤혹스러운 부분들이 많다.
관객들의 항의가 폭주하자 공동제작사인 상상뮤지컬컴퍼니 측은 뒤늦게 개막 첫 주 관객을 대상으로 리콜 서비스를 결정했다. 공연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제작사는 문제가 됐던 캐스팅을 변경하고 무대 동선들을 변경키로 했다. 또 11일부터 국내 합창단 15명을 투입해, 녹음 음원에 대한 부분을 해소키로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평가가 다시 올라오고 있다. 리콜 대상 관객들은 리콜 대신 환불을 요청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션’ 초연작은 ‘졸작’이라는 오명을 얻었을지 모르지만, 국내 관객들의 뮤지컬이 얼마나 수준이 높아졌는지, 한 사람의 ‘대가’(大家)의 명성에만 의지한 공연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라는 일부의 평가는 ‘미션’이 과연 제대로 된 공연을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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