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고 장자연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건의 피해자가 세상을 뜬 지 2년이 지난 지금, 뜨거운 논쟁을 낳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말 억울하게 죽은 원혼이 되돌아온 것일까.
장자연 사태를 다시 짚기 위해서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초 단순 자살로 마무리 됐던 찰나에 고인이 남긴 친필 문건이 발견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고인은 데뷔 후 소속사 전 대표 김 씨의 손에 이끌려 술 접대와 성 상납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의 삶을 짚어주는 내용의 자필 문건을 남겼다. 이로 인해 고인을 괴롭힌 것으로 추측됐던 전 대표 김 씨와 연예계 종사자, 고위 관계자, 사업가 등이 내사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집중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졸속 마무리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결국 고인만 세간의 이슈거리로 전락하며 만신창이가 됐다.
그렇게 고인이 죽은 지 2주년이 되던 6일 SBS는 ‘8시 뉴스’에서 자필 문건으로 추정되는 편지 50여 통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2년 전 쟁점이 됐던 ‘장자연 리스트’와 같은 31명의 명단도 다시 거론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문제는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31명의 이름이 적힌 자필 추정 문건이 과연 진짜인가이다. 당시 전 매니저 유 씨가 공개한 친필 문건은 일부분으로 분량이 적었다. 하지만 이번에 SBS에서 보도된 문건은 50여 통으로 23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친필 문건이 될 경우 비교적 세세하게 적혀 있어 사건의 전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경찰은 고인과 편지를 주고받았다는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 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23통의 자필 문건으로 추정되는 편지를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 감정을 의뢰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조만간 결과가 나온다. 경찰은 지난번과 달리 발 빠른 중간발표를 했다. 편지 봉투의 원본이 없이 사본만 발견됐으며, 우체국 소인이 찍힌 게 없어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며 “전 씨의 자작극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조작’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수사 방향을 몰고 가고 있다. 경찰은 2년 전에도 전 씨가 언론사에 이 편지를 제보했을 때에도 “고인과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며 “적응장애, 우울증으로 성격 치료를 받았던 사람”이라며 수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제시한 편지 봉투는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 사건은 봉투에 있는 게 아니라 내용물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2년 전 비교적 잠잠하게 넘어갔던 수사를 다시 한 번 들춰내자니 경찰로서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사의 본질을 흐리고 호도하는 행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고인이 생전에 31명의 ‘악마’에게 말 못할 고통을 당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SBS의 보도대로 자필 문건이 고인의 친필로 밝혀질 경우 2년 전 ‘졸속 수사’ ‘은폐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고인의 성 상납과 관련이 있었던 고위층 관계자의 입김에 의해 수사가 은폐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고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이 친필이지 가필인지 가리는 작업은 한 치의 오차나 수사 압력 없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2년 전처럼 흐지부지 종결될 경우 장자연이 사망한 날마다 지속적으로 성 상납 의혹과 관련자 명단이 오르내릴 게 뻔하기 때문이다. 고인이 생전에 느꼈던 치욕과 분노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명하고 정확한 수사에 있다.
“단언하건데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다”며 자존심을 건 경찰이 끝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국내 경찰의 고질병 중 하나인 ‘졸속’병이 다시 발동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국민 대다수의 바람일 것이다. 과연 고인은 언제쯤 편안한 안식을 취하게 될까.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