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alk] 공연 관람이 우리 아이 성적을 올린다?

[Ki-Z talk] 공연 관람이 우리 아이 성적을 올린다?

기사승인 2011-03-19 13:02:00

"용가리의 문화적 노가리

[쿠키 문화] 오래 전 중학교 영어교사인 대학동기에게서 들은 일화 한 토막을 소개한다.

어느 대도시 중학교 3학년 담임 반에 전교 수석을 늘 놓치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성적뿐 아니라 과제발표, 특별활동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지 않는 것이 없었다. 그전부터 담임교사들은 이 아이에게 학급반장을 맡겨 놓고 뒤에서 지켜보기만 해도 되었다. 워낙 리더십도 있어서 특별히 반장이 하는 일에 관여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학기 초인 어느 날 담임선생은 문득 아이의 가정 방문이 하고 싶어졌더란다. 아이를 이토록 뛰어나게 만든 ‘비장의 가정교육’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학원과외가 심하지 않던 시절이라 족집게 학원 강사 같은 것은 떠올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으리으리한 부자도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의 아이엄마가 선생에게 들려 준 말은 ‘비장’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별다른 것은 없었어요. 다만 짐작하기는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아이도 제 곁에서 자라면서 저절로 그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은 해요.”

동기가 들려준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단순히 그 정도만으로 아이가 그토록 뛰어나게 되었을까? 물론 그 정도도 하지 않으면서도 남보다 특출한 아이들은 많다. 좋은 가정환경을 갖지 않은 시골 수재들도 옛날엔 널려 있었다. 물려받은 재산은 없어도 머리가 좋은 집안에, 공부가 아니면 입신양명의 길이 딱히 없었던 시대에는.

수재가 아닌 범재(凡才)들은 어떨까? 부모가 클래식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겨 하는 것만으로 되는가 말이다. 공연장 운영으로 잔뼈가 굵은 필자는 늘 공연장 로비에서 아이만 객석으로 들여보내 놓고 여럿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엄마들을 많이 본다. 물론 아이와 같이 들어가서 공연을 보고 아이와 감상을 서로 나누는 엄마들이 더 많기는 하다. 대학동기의 일화에 나오는 엄마도 이런 이였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떤 아이가 문화적 감수성이 더 나은지 판가름 날 것이다. 어느 아이에게 엄마와의 좋은 추억이 더 많이 남게 될 지도.

미국에도 수능(SAT)이 있다. 어려서부터 문화예술교육을 받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수학과 언어 성적이 훨씬 높다는 통계도 해마다 발표된다. 성적뿐만이 아니다. 문화예술 전공자가 법학이나 경영학 전공자보다도 직장(물론 벤처기업이지만)에서 성취도와 만족도가 높게 나오는 통계도 필자는 본적이 있다.

한편의 공연 관람만으로 아이가 크게 달라지기는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곧 따사해 질 봄날에 아이와 함께 공연장을 찾아 서로 감상을 나누는 시도 한번만으로도 아이에게 멋진 추억은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혹시 아는가, 아이에게 어떤 ‘비장’의 기회가 될지? 러시아 출신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의 전설도, 이 시대의 재미있는 지휘자 금난새의 행복하게 보이는 음악인생도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 손잡고 처음 가서 본 발레와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시작되었다.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 경희사이버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겸임교수

*외부 필자의 기고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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