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은 '지옥' 논란

지금 미국은 '지옥' 논란

기사승인 2011-04-11 19:30:00
[쿠키 문화] “하나님께서 수천 년 동안 수십억의 사람들을 창조하신 이유가 극소수만을 하늘나라로 데려가고 나머지 모든 사람은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 받게 하시는 걸까? 어떻게 선하신 하나님께서 그러실 수가 있는가? 이것이 진정한 복음(福音)인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간된 ‘사랑은 이긴다(Love Wins)’에서 저자 로브 벨(41·미국 마스힐바이블교회) 목사가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벨 목사는 책에서 “사랑의 하나님께서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다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에 보내서 고통 받게 할 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벨 목사의 주장이 미국의 신문, 방송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면서 미국 교계에서는 때 아닌 ‘지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복음주의권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벨 목사의 주장에 대해 “다른 복음” “성경을 곡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남침례신학교 앨버트 몰러 총장은 “벨 목사는 지옥과 영벌의 개념을 사람들이 입맛에 맞게 순화해 결국 ‘다른 복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손자 윌리엄 프랭클린 그레이엄(36·빌리그레이엄훈련센터 부국장) 목사도 기독교 잡지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지옥이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은 바뀌고 있지만 천국이 실체이듯 지옥도 실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하나님께 반항하려고 결심한 사람들은 하나님과 완전히 분리돼 지옥에서 영원히 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리처드 마우 풀러신학교 총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잇따라 올린 글에서 “‘사랑은 이긴다’가 복음주의를 벗어나 보편구원론(모든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구원받는다)이란 신학의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는 비판이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로브 벨은 인색한(stingy) 정통주의에서 벗어나 관대한(generous) 정통주의로 우리를 초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우 총장은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주신다. 만약 그것이 지옥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가질 수 있다 히틀러나 인신 매매범 등은 스스로 지옥을 선택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신의 저서가 미국 교계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자 벨 목사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벨몬트 대학교 집회 등 공개석상에서 “지난 몇 주간 내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면서 “성경에는 지옥에 관해 많은 언급이 있다. 지옥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옥은 존재한다”라고 피력했다.

책을 집필한 이유에 대해서는 “예수님이 천국에 가는 티켓이라고 하는 ‘대피신학’(evacuation theology)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룬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사람들로 하여금 놓치게 하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벨 목사는 휘튼칼리지와 풀러신학교를 졸업했다.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혁신적인 생각으로 ‘교계의 록스타’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담임하는 미국 미시간주의 마스힐바이블교회는 현재 1만여 명이 출석하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교회’ 가운데 하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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