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유병열은 실력파 기타리스트다. ‘담뱃가게 아가씨’ ‘불놀이야’ 등이 그의 손끝에서 전율 강한 음색으로 탈바꿈됐다. 리더 기질이 다분한 그는 지난 1994년부터 밴드 YB의 수장 겸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팀을 진두지휘했다. 지난 2000년 YB를 탈퇴한 후 남성 5인조 밴드 비갠 후(Began Who)의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밴드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우려냈던 그가 홀로서기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YBY’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 이후 호흡을 가다듬고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냈다. 앨범 표지에 눈길을 끄는 이름이 있다. ‘유병열’과 ‘윤도현’. YB를 떠난 지 꼭 11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다.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앨범에 (윤)도현이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도현이와 작업한 이번 노래는 정말 자주 듣게 되요. 오늘 아침에도 들었어요(웃음). 사실 자기 음반은 낯간지러워서 잘 안 듣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도현이가 부른 노래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더라고요. 참 희한하죠? 저처럼 많은 분들에게 기억에 남는 노래가 됐으면 합니다.”
이번 앨범에서 윤도현은 유병열이 작사·작곡한 노래 ‘가슴이다’를 불렀다. 얼핏 보면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노래에는 유병열과 윤도현의 관계가 녹아 있다. 유병열은 ‘가슴이다’를 만들 당시 윤도현을 떠올리면서 곡을 작업했다.
“언제 한 번 같이 작업을 해보자고 했는데 이제야 하게 됐어요. 도현이가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자마자 노래를 작업해서 금방 완성됐어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들으면 연인과의 사랑 이야기처럼 와 닿는데요, 저는 도현이를 생각하면서 곡을 썼어요. 저와 도현이의 애틋한 관계랄까(웃음). 사실 여러 곡을 들려줬는데 도현이가 ‘멜로디가 좋고 대중적이다’며 이 노래를 고르더라고요. 저랑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어서 ‘아 호흡이 녹슬지 않았구나’ 생각했어요.”
유병열은 윤도현의 목소리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블루스 필”이라고 극찬했다. “도현이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최상의 블루스 필을 갖고 있어요. 목소리가 진솔하게 와 닿고요. 또 발음이 굉장히 정확해서 가사 전달력이 좋아요. 사실 발음이 정확하면 노래의 흐름이 끊어지는데 도현이는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능숙하게 소화해내더라고요. ‘역시 도현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유병열과 윤도현. YB라는 이름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두 사람은 활동에 대한 이견으로 충돌하면서 멀어졌다. 유병열은 YB 탈퇴 과정을 설명하면서 “지금 와서 보면 별일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랬을까” 연신 자책하면서 허탈한 표정의 웃음을 지었다.
“노래 ‘담뱃가게 아가씨’를 끝낸 2000년 YB와 헤어지게 됐죠. 그때 가장 황당했던 건 ‘유병열이 윤도현과 싸워서 헤어졌다’는 소문이었어요. 이제 와서야 털어놓는 건데요. 저와 도현이는 절대 싸우지 않았어요. 물론 오랜 기간 함께 있었고, 팀을 이끌어 갔어야 했기에 성격 차이가 있긴 했죠. 그렇지만 누구나 겪는 사소한 다툼으로 팀을 나간 건 아니에요. 단지 활동에 대한 의견이 달랐죠. 제가 YB에 있었을 당시 크게 히트한 노래도 없었고 먹고 살기 힘들었던 때였는데요. 현실에 대한 돌파구로 강렬한 로커의 색깔 살짝 버리고 방송에 나가 대중과 친해지는 방법을 모색했거든요. 근데 전 록 밴드가 연예인이 되는 게 정말 싫었어요. 로커는 로커다워야 한다는 주장이 정말 강했어요. 그래서 결국 제가 팀을 나가게 됐습니다.”
YB를 탈퇴하게 된 과정을 소상히 털어놓는 건 11년 만에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유병열은 과거의 선택이 후회로 다가온다고 회상했다.
“그때는 혈기가 왕성했을 때라 절대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로커는 이래야 한다’는 방정식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정말 답답하게 굴었죠. 요즘 (김)태원이 형이 예능에서 주가가 상당히 높잖아요.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 흐뭇하기만 한데 그때는 왜 그렇게 생각이 좁았는지 모르겠어요. 돌이켜보면 YB와 도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 최정상의 록 밴드로 서 있어줘서 고마워요.”
유병열은 YB를 탈퇴한 이후 한동안 윤도현을 피했다. 흔한 안부 전화 한 통 없이 어색한 사이로 수년을 보냈다. 그러다가 한두 번 만나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YB 현 멤버들이 뭉쳐 10주년이 된 지난 2008년 콘서트 장에서 만나 해묵은 감정을 털어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처럼 누구보다 친한 동료가 됐다.
“탈퇴하고 나서는 만나기가 어색하고 불편했죠. 그러다가 3년 전 YB 10주년 콘서트에 갔어요. 콘서트를 끝낸 뒤 만나서 서로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실컷 털어놨습니다. 지금은 일말의 앙금도 남아있지 않아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아끼는 후배예요. 저 정말 도현이 사랑합니다. 제 입으로 이런 말 하니까 쑥스럽네요. 하하.”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