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The 인디’s] ‘잠정 휴식’ 보드카레인, 6년을 돌아보다.

[Ki-z The 인디’s] ‘잠정 휴식’ 보드카레인, 6년을 돌아보다.

기사승인 2011-04-16 12:58:01

[쿠키 문화] 감성적인 모던 록 밴드 보드카레인(Vodka Rain·보컬 안승준, 베이스 주윤하, 기타 이해완, 드럼 서상준)이 16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에서 보드카레인 고별 콘서트 ‘잠시만 안녕’을 끝으로 6년간의 활동을 마치고 잠시 휴식에 들어간다.

밴드 결성 후 홍대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보드카레인은 인디밴드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가졌다. 주류와 인디밴드 사이에 선 채 양쪽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밴드가 보드카레인만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주류와 인디 신 사이에 서 있으면서 6년 이상 밴드를 안정감 있게 끌고 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2006년, 2007년 연이어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참여해 마니아층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2007년 1집 ‘더 원더 이어’(The Wonder Years)를 발표하고 2010년 3집 ‘페인트’(Faint까지 여성 팬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동을 이어온 보드카레인의 길을 짚어봤다.




1st EP
하늘에서 보드카가 내리면? 보드카레인. 우울함과 밝은 감성을 동시에 표현했다. 첫 EP앨범은 우울한 느낌, 즉 비 오는 날이면 가라앉는 감정을 그대로 담았다. 첫 앨범이어서 그랬을까? 사춘기의 소년처럼 꾸밈없고 순수하다.

1집 ‘The Wonder Years’
밴드 결성 후 2년의 노력 끝에 발표한 첫 정규 앨범 ‘더 원더 이어즈’는 보드카레인만의 멜로디를 강조한 브릿 팝 스타일의 곡으로 구성했다. 보드카레인은 스무 살을 훌쩍 넘긴 그때, 음악적으로 방황하던 시기를 사춘기라 생각하고 고민을 앨범에 담았다. 음악 활동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곡 작업을 했던 멤버들은 그 시절 감성을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1집은 음악적 사춘기를 표현했던 EP앨범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EP앨범의 우울함에 비해 밝은 감성을 많이 나타냈다. ‘어 페어웰 송’(A Farewell Song), ‘날 원해’ 등은 우울하지만 세련되고 차분하다. 타이틀곡 ‘친구에게’, ‘하얀 개가 사는 진도’, ‘첫 사랑의 결혼을 듣는 나이’ 등 밝으면서도 공감을 주는 가사로 자신들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2집 ‘Flavor’
2008년 가을 ‘100퍼센트’를 타이틀 곡으로 한 2집이 나왔다. 2집은 1집보다 더 유쾌하고 밝다. 우울했던 사춘기 소년이 성인이 되었다고나 할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를 모티브로 한 곡 ‘100퍼센트’는 밝고 신나는 분위기로 멜로디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매력을 가진 곡이다. 올드 팝 스타일의 셔플 리듬에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은 곡으로 화려한 스트링, 다양한 리듬 섹션으로 밴드의 긴밀한 호흡이 느껴지는 곡이다. 이 밖에도 ‘걷고 싶은 거리’, ‘챠밍 고고 디스코스타’, ‘지와타네호’ 등 리드미컬하고 대중적인 곡들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또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2집은 보드카레인의 모습을 그대로 앨범에 녹였다. 책과 영화를 좋아해 가사로 표현하고, 비틀스를 위한 헌정곡을 만들었으며,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만큼 보드카레인은 노련해졌다. 1집 활동을 하면서 활발한 방송 출연과 지산 록 페스티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등 페스티벌 참여 등으로 자신들을 알렸다면 2집 활동으로 한 단계 도약했다.

2nd EP ‘이분쉼표’
앨범 타이틀과 마찬가지로 보드카레인 주윤하는 ‘쉬어간다’라고 두 번째 EP앨범의 의미를 부여했다. 앨범마다 강조했던 사춘기 소년이 어느 정도 성숙한 느낌이다. 경쾌한 사운드와 밝은 가사는 어쿠스틱 사운드로 한층 부드러워졌다. 듣는 이는 편안함을 느끼고 그로 인해 보드카 레인이 표현하려는 감정이 잘 전달됐다. 자극적인 감정 전달을 원하지 않았다. ‘이분쉼표’라는 타이틀이 잘 어울린다.

3집 ‘Faint’
“제일 하고 싶었던 음악이다. 독한 감정을 하나의 감수성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보드카 레인은 3집을 이렇게 표현했다. 앨범 타이틀은 ‘희미해져가는 것’을 뜻한다. 꿈이나 지난 사랑, 사람들에 대한 감정들이 1번 트랙부터 11번 트랙까지 흐른다. 이제는 사춘기 소년이 어른이 되어 사랑하고 아픔을 아는 사람으로 훌쩍 큰 느낌이다.

멤버들 대부분이 서른 살을 넘긴 시점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들의 그동안 겪었던 감정을 서정적으로 잘 표현했다. 첫 번째 EP와 두 번째 EP 그리고 3집 앨범이 세월이 흐르면서 느껴지는 그들의 감수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보드카 레인을 돌아보며
2004년 친구사이인 안승준과 주윤하는 홍대의 어느 바에서 호기 어린 작당을 했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밴드’, ‘작사 작곡뿐 아니라 디자인과 홍보까지 우리 힘으로 해보자.’ 그렇게 6년여 동안 다섯 장의 앨범과 하나의 싱글을 냈다.

“국내 대부분의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꿈같은 순간들을 만끽했고 일본 공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음악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해준 많은 사람들, 한 뜻으로 동고동락해준 레이블. 비록 경제적으로는 늘 어려웠지만 그 힘을 믿고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제 잠시 휴식하지만 끝이 아니라 다른 시작입니다.”

16일 고별 콘서트를 마친 후 보컬 안승준은 이달 말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자연스럽게 휴식에 들어가는 멤버들은 어떤 음악을 하게 될까.

리더 주윤하(베이스)는 대중적인 앨범 제작, 이해완(기타)과 서상준(드럼)은 각각 보사노바 앨범과 연주 앨범을 계획하고 있다. 1막을 마친 보드카 레인, 어떤 이야기를 앨범에 담을까. 몇 년 후 4집을 기대해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효상 기자 islandcity@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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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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