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치 얘기 안해요”=박 전 대표는 지난 30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네덜란드 일정을 마무리하며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특사 활동에 대한 질문엔 스스럼없이 답했지만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국내 이야기를) 못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어제만 해도 일정이 8∼9개 있어 그거 하느라고 아무것도 못 들었고, 외국에 나와서 지금 국내 얘기를 할 게재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얘기는 나중에 국내 가서 할 때가 있겠죠”라고 했다.
전날 동포초청 만찬간담회에서 펼쳤던 ‘지역균형발전론’에 대해서도 분명히 선을 그었다. 당시 한 동포가 ‘네덜란드는 균형발전했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박 전 대표는 “지역균형발전은 굉장히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한 지역은 너무 못 살고, (다른 곳은) 너무 비대해지는 것이 사회 갈등을 일으키고 발전과 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이다. 어느 지역에 태어나든 어느 곳에 살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평균 이상의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는 나라가 진정으로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었다.
이는 국제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후보지 선정과 관련, 최적합지로 꼽히던 세종시가 탈락했다며 충청권이 반발하고 있는 국내 상황과 맞물려 여러 추측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박 전 대표는 “그건 평소 제 생각으로, 어제 질문이 나오는 바람에 밝힌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한 것이다.
이런 만큼 박 전 대표가 특사 방문을 마치기 전에 입을 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신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특사 결과 보고를 위해 가질 이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벌써부터 여권의 정치 상황에 대한 논의가 이 때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104년만의 특사, 다양한 행보=박 전 대표는 네덜란드에서 2박3일간 머무는 동안 전현직 정치권 인사 면담 등 각종 일정 14개를 소화했다. 이날 박 전 대표가 헤이그의 이준열사 기념관을 찾은 자리에서 기념관을 관리하고 있는 이기항 원장은 “이준 열사가 1907년 대한제국 특사로 온 뒤 104년만에 박 전 대표가 대한민국 특사로 왔다”며 반겼다. 박 전 대표는 방명록에 “저희 후손들이 열사님의 애국심에 부끄럽지 않은 정말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는 것으로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29일에는 네덜란드 베아트릭스 여왕을 만나,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베아트릭스 여왕이 “빌렘 알렉산더 왕세자가 국제올림픽기구(IOC) 위원이라 평창을 다녀왔는데 좋은 인상을 가졌다고 한다”고 말했다고 박 전 대표는 전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정부 예산이 삭감돼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여수박람회에 방문해 참가하기로 방문해 준데 감사했다”며 “(네덜란드 정부가) 여수박람회에 하멜 표류기 원본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여왕 예방 당시 네덜란드 국가색인 오렌지색에 가까운 진한 겨자색 재킷을 입었고, ‘여왕의 날’인 30일에는 짙은 오랜지색 머플러를 두루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두 사람은 예정된 30분을 훌쩍 넘겨 1시간동안 면담을 했고,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웃음이 터져나왔다는 후문이다.
이밖에 훼어하헨 경제농업혁신부 장관을 만나 농업 분야의 혁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네덜란드 선진농업 현황 워크숍’에서는 네덜란드의 푸드 밸리 모델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는 등 농업 분야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1일 두 번째 방문국인 포르투갈로 이동, 아니발 카바코 실바 대통령과의 면담 등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리스본=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