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2009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의 초연된 연극 ‘피아프’. 사람들은 ‘프랑스의 목소리’ 에디트 피아프가 한국의 배우 최정원을 통해 다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피아프의 사랑이, 피아프의 노래가, 피아프의 몸짓이 최정원의 몸을 통해 한국 관객과 만났던 것이다.
2년 만에 다시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되고 있는 연극 ‘피아프’는 2009년과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초연 당시에는 피아프가 최정원의 몸을 빌려 환생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최정원이 피아프를 받아들여 컨트롤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최정원이, 피아프가 번갈아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연극은 정장 차림의 한 남자가 “친애하는 신사 숙녀 여러분, 여러분이 사랑하는 피아프입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곧 구부정한 어깨를 늘어뜨린 피아프가 마이크 앞에 서고 ‘장미빛 인생’을 부르지만, 이내 휘청하며 노래를 멈추고, 곧 매니저에게 들려나간다.
이내 장면은 피아프가 가수로 데뷔하기 전인 어릴 때로 돌아간다.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피아프가 클럽 주인인 루이스 르플레의 눈에 띄어 클럽 무대에 서게 된다. 본명인 지오바나 가숑에서 ‘작은 참새’란 뜻의 피아프로 이름을 바꾸게 해준 것도 루이스 르플레다. 그러나 그가 길거리 불량배들에게 피살되면서 피아프는 나락에 떨어진다.
이 두 장면에서 최정원은 연기력은 탁월하게 빛난다. 구부정하며 신경질적인 모습의 늙은 피아프에서 순식간에 천진난만한 어린 피아프로 변신한 최정원에게서 사람들은 놀라움보다는 전율을 느낀다. 사전 지식이 없으면 따라가기 힘든 1막을 최정원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호흡을 조절하며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어느 때는 슬픔을 담아야할 장면을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한다.
최정원이 본격적으로 피아프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피아프의 남자들과 만나면서다. 1944년 물랑루즈에서 만난 배우 겸 가수였던 이브 몽탕과의 사랑에선 노래 ‘장밋빛 인생’이 만들어지고, 피아프가 가장 사랑했다는 권투선수 막셀 세르당과의 만남과 헤어짐에선 ‘사랑의 찬가’가 탄생된다. 그리고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를 부르던 그는 파리 올림피아에서 마지막 콘서트를 열고 팬으로 만난 27살의 어린 남편 테오파니 람부카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한다.
사실 최정원을 뺀 연극 자체를 이야기하자면, 굉장히 불친절하다. 최정원을 뺀 대부분의 배우들이 여러 인물을 연기하다보니, 혼동을 일으키기도 하고 시간적인 나열도 순식간에 넘어가거나 소리로 처리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피아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연극 스토리에 대해 편하게 다가갈 수 없다.
그러나 최정원이란 배우는 이런 ‘불친절한 연극’을 보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구부정한 자세와 거침없는 태도, 번뜩이는 눈빛은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그러면서, 필요했던 사전 지식은 무대 위에서 펼쳐진다. 마치 그녀가 아니면 그 누구도 피아프를 연기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 하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훗날 누군가 최정원의 삶을 연기한다면, 누가 과연 그 어려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뮤지컬플레이 ''피아프''는 6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